2017년 3월 열린 재판에 참석하고 있는 강정호의 모습. IS 포토 강정호(33)가 중징계를 피했다.
KBO는 25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KBO 리그 복귀를 희망한 강정호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KBO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따라 임의탈퇴 복귀 후 KBO 리그 선수 등록시점부터 1년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의 제재를 부과했다.
이날 상벌위원회에는 심의 대상자인 강정호는 불참했다. 미국 텍사스에 체류 중인 강정호를 대신해 법률대리를 맡은 김선웅 변호사(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가 참석해 관련 내용을 소명했다. 김 변호사는 강정호가 미국에서 컴퓨터로 작성한 뒤 자필 사인을 한 A4 용지 두 장 분량의 반성문을 스캔해 상벌위원회에 제출했다.
강정호는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에서 뛰던 2016년 12월 귀국 후 음주 교통사고를 냈다. 당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근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84%의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검찰은 벌금 1500만원에 약식 기소하며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사안이 중하다는 판단으로 정식 재판에 넘겨졌고 강정호는 1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09년 8월과 2011년 5월에도 구단(히어로즈)에 보고하지 않은 음주 교통사고가 두 차례 있었던 게 확인돼 '삼진아웃' 제도에 따라 가중 처벌이 불가피했다. 강정호는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형량 줄이기에 나섰지만, 재판부가 항소를 기각, 원심과 같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돼 한동안 미국 비자발급이 거부됐다. 피츠버그 합류가 불발돼 2017시즌을 아예 뛰지 못했다.
당시 KBO는 강정호의 소속(메이저리그)을 고려해 즉각 징계 과정을 밟지 않았다. 지난 4월 국내 복귀를 희망한 강정호는 음주운전 관련 징계를 해결할 필요가 있었고 현행 야구규약을 어떻게 적용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2018년 9월 강화된 야구규약에는 '3회 이상 발생 시: 3년 이상 유기 실격처분'이라는 문구가 삽입돼 있다. 강정호처럼 음주운전을 3회 이상 저지른 선수에게 중징계를 내릴 수 있는 조항이지만 2009년 8월과 2011년 5월 음주 사례까지 적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소급적용을 하지 않는다면 징계 내용이 확 줄어들 수 있었다.
KBO는 '3년 이상 유기 실격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상벌위원회에는 '과거 미신고했던 음주운전 사실과 음주로 인한 사고의 경중 등을 살펴보고, 강정호가 프로야구 선수로서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같이 제재했다'고 밝혔다.
강정호는 징계가 나온 뒤 에이전트를 통해 '제 잘못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제가 죽는 날까지 후회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 그래도 다 씻을 수 없는 잘못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며 '2016년 12월 사고 이후에 모든 시간을 후회하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보냈다. 새로운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물론 저를 응원해주신 팬들이 느끼신 실망감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지만 봉사와 기부활동을 하며 세상에 지은 제 잘못을 조금이나마 갚아보려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야구가 저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었던 삶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이제서야 바보처럼 느끼고 있다. 이런 말씀을 드릴 자격이 없는걸 알지만, 야구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고 싶다. 야구장 밖에서도 제가 저지른 잘못을 갚으며, 누구보다 열심히 봉사하며 살아가겠다. 제 잘못으로 인해 실망하셨을 모든 분들에게 마음에 큰 빚을 짊어지고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