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 이른바 ‘집콕’은 코로나19로부터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지키는 강력한 생활 방역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다른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특히 중년 여성들이 ‘집콕’으로 인한 건강 이상이 우려된다. 비만으로 인해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늘어난 가사노동으로 손목터널증후군이나 주부습진 등이 생기거나 악화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확찐’ 중년 여성 심혈관 질환 위험
‘집콕’ 중년 여성을 위협하는 질환 중 하나는 심장과 주요 동맥에서 발생하는 심혈관 질환이다. 그중에서도 복부 비만으로 인한 협심증·심근경색 등 관상동맥 질환의 위험이 커진다. 이는 중앙대병원 심장혈관·부정맥센터 조준환 순환기내과 교수 연구팀의 조사 결과에서 확인됐다.
연구팀이 흉통으로 병원을 찾아 관상동맥조영술을 받은 55세 이상의 폐경 여성 659명을 대상으로 비만 유형과 관상동맥 질환 발생 위험을 조사한 결과, 대상자의 47.2%에서 관상동맥 질환이 확인됐다.
특히 허리둘레 85cm(33.5인치) 이상의 복부 비만이 있는 여성의 경우,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관상동맥 질환의 유병률이 55.5%대 41.0%로 높았다. 또 관상동맥 질환이 있는 여성의 허리둘레가 더 컸다. 관상동맥 질환이 있는 여성들의 허리둘레는 평균 84.7cm인 반면에 없는 여성들은 82.4cm였다.
중년 여성 중에서도 폐경기인 경우 복부 비만과 관상동맥 질환을 더욱 조심해야 한다. 폐경 후 여성은 항염증 및 항산화 효과로 동맥경화 진행을 막고 심혈관계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는 에스트로겐이 감소한다.
조준환 교수는 “여성에서 폐경 후 에스트로겐 감소는 복부 내장으로 체지방의 재분포를 촉진해 복부 내장 지방 증가로 인해 동맥경화와 혈관의 기능 장애를 유발하며 인슐린 저항성과 이상지질혈증의 유발 위험을 높인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중장년 여성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 활동량 감소로 인해 복부 비만이 증가할 수 있다”며 “복부 비만의 개선을 위해 식습관 조절과 평소 집에서 무리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복부 운동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년 여성이 ‘집콕’ 시 심혈관 질환 방지를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소파에 누워 TV를 보면서 감자칩·치킨 등 트랜스지방, 포화지방이 많은 고칼로리 음식과 간식을 먹는 것이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TV를 하루 1시간 고정적으로 볼 때마다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7% 증가하고, 트랜스지방의 섭취량이 2% 증가할 때마다 심혈관 질환 위험은 약 2배 늘어난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심장혈관내과 황희정 교수는 “가만히 앉아 몸에 해로운 지방을 섭취하는 시간이 늘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하고, 혈관에 찌꺼기가 끼며 동맥경화를 불러 협심증·심근경색증이 올 위험이 커진다”며 “TV 보며 앉아 있지 말고 움직이는 것이 심혈관 건강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집콕 자녀’에 더 늘어난 집안일…‘살림통증’ 짜릿찌릿
일명 ‘살림통증’으로 불리는 손목터널증후군도 ‘집콕’ 중년 여성을 괴롭히는 질환이다.
요즘 주부들은 코로나19로 등교하지 않는 자녀들로 인해 삼시 세끼를 챙기거나 청소·빨래 등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가사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경우 찌릿찌릿한 손목통증과 함께 심하면 마비증상까지 오는 손목터널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높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손목터널(수근관)이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압력을 받거나 좁아지게 되면서 터널을 지나가는 정중신경이 눌리면서 발생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약 3~4배 이상 많이 나타나고, 대부분 40대 이상의 중년 여성에서 주로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손목터널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모두 17만7066명이다. 여성 환자는 13만3137명으로 남성 4만3929명보다 3배 많았다. 특히 40~60대 여성 환자가 10만4591명으로 전체 발생 환자의 60% 가까이 차지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초기에는 일을 많이 한 후 손이 저리거나 아픈 정도의 증상을 보인다. 시간이 지나면 손목의 통증과 함께 손가락 근육이 약해져 물건을 꽉 잡는 것이 어려워진다. 특히 엄지손가락 힘이 없어지면서 엄지와 손목 사이의 두툼한 근육이 위축돼 쥐는 힘이 약해지고, 손바닥 근육까지 위축되기도 한다. 단추를 잠그거나, 전화기를 잡는다거나 방문을 여는 등의 일상생활에까지 지장을 준다. 심해지면 팔과 어깨까지 저리기도 한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이재훈 교수는 “질환 초기 단계에는 무리한 손목 사용 금지, 손목 부목 고정, 약물치료, 수근관내 스테로이드 주사 등이 효과가 있다”며 “하지만 증상이 완화되지 않으면 손목에서 정중신경을 압박하는 인대를 잘라 저린 증상을 없애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평상시 무리하게 손이나 손목을 사용하는 동작을 피하고 근력 강화 운동, 손목 관절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손에 물 마를 날 없어…더 심해지는 '주부습진'
주부습진도 평소보다 늘어난 집안일로 손에 물 마를 날이 없는 ‘집콕’ 중년 여성을 위협하는 질환이다.
주부습진은 손에 생기는 습진 중 하나다. 병변이 있는 피부를 통해 여러 물질이 침투하면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 염증을 일으킨다. 물을 자주 만지게 되는 주부들에게 많이 발생해서 ‘주부습진’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증상은 보통 양손 손가락 끝에서 시작된다. 피부가 건조해지고 각질과 염증이 생겨 붉은 반점이 나타난다. 이후 손가락, 손가락 사이, 손등 심하면 손바닥까지도 번진다. 더 진행되면 피부가 갈라지고 진물 또는 피가 배어 나온다. 딱지가 앉아 손이 거칠어지고 뻣뻣해져서 도저히 일할 수 없고, 증상이 계속되면 손톱의 변형까지 일으킨다. 가려움증도 심해지는데 자꾸 긁게 되면 2차 감염 위험성도 높아진다.
최선의 예방법은 손에 물이나 자극제가 닿지 않도록 집안일을 하지 않는 것이지만 주부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손에 물이나 세제가 닿는 빈도를 줄이기 위해 설거지나 빨래를 할 때는 맨손으로 하지 않아야 한다. 마른 면장갑을 낀 후 그 위에 고무장갑을 착용하는 것도 좋다.
노원을지대병원 피부과 이현경 교수는 “면장갑을 낀 후 고무장갑을 착용했더라도 30분 이내로 하던 일을 마치는 것이 좋다”며 “귀찮더라도 면장갑은 습기가 차지 않도록 여러 벌 준비해두고 젖으면 수시로 바꿔 끼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손을 씻고 난 뒤에는 반드시 보습제를 바르고, 평소에도 보습제를 가까이 두고 생활화해야 주부습진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