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이혼소송’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관장의 2차 변론이 26일 진행된다. 두 사람의 법정 조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노 관장이 요구한 최 회장의 SK 지분 중 42.29%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SK 주식은 25일 종가 기준으로 24만6500원까지 뛰어오르는 등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어느덧 지난해 말 소송 당시 주가였던 25만3500원에 근접했다. 지난해 소송 일을 기준으로 하면 약 1조3900억원 소송이다. 코로나19 장기화와 SK의 실적 부진으로 주식은 지난 3월 19일 10만7000원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상승세로 돌아서며 주가가 거의 다 회복됐다. SK는 비상장 계열사인 SK바이오팜·SK팜테코·SK실트론·SKE&S 등의 상장이 기대를 모으며 매수세가 지속하고 있다.
노 관장은 위자료 3억원과 함께 최 회장의 지분 중 42.29%를 분할해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 관장 측 입장에서는 미래 성장 가치가 큰 SK 주식을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이라고 보고 지분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법률사무소 로진의 길기범 변호사는 “현금보다는 주식의 가치가 가장 크기 때문에 SK 지분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또 SK 경영에도 관여할 수 있는 프리미엄도 있다”라고 말했다.
만약 노 관장의 지분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최 회장으로선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최 회장은 18.44%(1297만5427주)의 SK 지분을 가지고 있는 1대 주주다. 만약 이혼 소송에서 지분을 빼앗기게 되면 10%대까지 지분이 떨어질 수도 있다. 반면 노 관장은 548만7327주의 지분 확보로 최 회장에 이어 SK의 2대 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시가로 따지면 900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노 관장이 지분율에서 소수점까지 제시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길 변호사는 “보통 지분 분할을 요구할 때 소수점까지 제시하지 않는다. 노 관장 측에서 관여 지분율을 나름대로 책정했을 텐데 아무래도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혼 소송에서는 배우자의 재산 축적 기여도에 따라 지분 분할 비율이 책정된다. 노 관장의 경우 다툼의 여지가 많지만 42.29% 전부를 다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일부 지분을 얻을 경우 지분율의 소수점이 의미 있는 숫자가 될 수도 있다.
1차 변론에 직접 출석한 노 관장은 2차에서도 “모든 것을 용서할 테니 가정으로 돌아오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고 있는 노 관장은 계속해서 법정에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관철할 것으로 보인다. .
최 회장의 법정 출석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다만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가 계속해서 번지고 있는 것이 변수다. SK 관계자는 “회장님이 전체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기조다. 출석 여부는 당일에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직접 소명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에 소송에 출석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인 것 같다. 1차 재판에도 출석하려 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시점이라서 대리인이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귀책사유가 있는 최 회장은 전세 전환을 위해 노 관장처럼 법정에 출석해 '작심 발언'을 할 가능성도 있다. 최 회장 대리인 측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회장님이 최대한 출석해 직접 소명할 부분은 소명할 계획”이라고 밝혀왔다. 최 회장은 대리인에 일임할 수 있는 사건임에도 단독 재판부에서 진행된 4차 변론기일에도 직접 출석한 적이 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2차 변론은 이날 오후 4시 30분에 시작된다. 합의부 본안 소송의 1차 변론은 10분 만에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