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SUV 캡처가 도로 위를 질주하고 있다. 르노삼성 제공 르노삼성자동차가 또 신차를 내놨다. 지난 3월 소형 스포츠다목적차(SUV) 'XM3'에 이어 두 달 만에 같은 등급의 르노 '캡처'를 출시했다. 캡처는 2013년부터 국내에 판매돼 온 QM3(해외명 캡처)의 2세대 완전변경 모델이다. 개발은 프랑스에서, 생산은 스페인에서 이뤄졌다. 사실상 국산차 브랜드가 판매하는 수입차인 셈이다. 르노삼성차는 한국에서 개발, 생산하는 국산차인 XM3와 수입차인 캡처 등 '투트랙' 라인업으로 국내 소형 SUV 시장에서 리더십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지난 24일 캡처를 타고 서울 시내를 달렸다. 시승 차량은 1.5 dCi 인텐스 디젤 모델이다.
커진 차체…로장주 엠블럼 눈길
QM3에서 이름을 바꾼 캡처는 내·외관 디자인에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우선 전조등이 르노 차량의 상징이 돼버린 'ㄷ'자형으로 바뀌면서 한층 강렬해졌다. 후미등 역시 같은 형태로 만들어져 일체감이 돋보였다.
엠블럼도 눈길을 끈다. 기존 국내 생산 르노삼성 차에서 볼 수 있던 '태풍' 형태가 아닌 프랑스 르노 본사의 마름모꼴 로장주 문장이 붙어 있어 수입차 정체성이 더욱 부각됐다.
덩치는 더 커졌다. 길이가 4230㎜, 폭 1800㎜로 이전 세대보다 각각 105㎜, 20㎜ 늘었다. 기아차 셀토스와 몸집이 거의 비슷하다. 덕분에 무릎 공간이 221㎜에 달할 정도로 실내 공간이 넉넉해졌다. 특히 뒷좌석은 전후로 160㎜ 조정이 가능해 신장 180cm인 성인이 앉기에 부족함이 없다. 트렁크 공간도 기본 536ℓ이어서 넉넉하다.
실내 디자인은 XM3보다 더 고급스럽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졌다. 대시보드에 고급 소재인 원목을 적용된 것도 눈에 띈다.
다만 디젤 모델과 가솔린 모델에 차이를 준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르노삼성은 캡처를 선보이면서 센터 콘솔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플라잉 콘솔'을 특징으로 내세웠지만, 디젤 모델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디스플레이도 디젤 모델은 7인치로 가솔린 모델(9.3인치)보다 작다.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가 구현되지만 화면 크기가 답답하다. 내비게이션 기능도 없다.
주행 성능은 기대 이상…도심 주행에 안성맞춤
실망하긴 이르다. 주행 성능은 기대 이상이다.
1461cc 배기량의 캡처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16마력, 최대토크는 26.5kg.m의 힘을 낸다. 가속페달에 힘을 싣자, 엔진음이 귀에 닿기도 전에 미끄러지듯 발진한다. 변속도 부드럽다.
시속 80㎞ 이상으로 달리는 데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액셀을 밟을 때 경쾌하거나 빠른 반응을 보인다기보다 조금은 묵직하고 천천히 힘을 끌어올려 안정적이다.
엔진 소음과 진동이 많은 디젤차에다 고급차가 아님에도 고속주행 시 정숙성도 좋은 편이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는 즉각적이기보다 매끄럽고 부드럽게 반응하는 느낌이다.
연비 성능도 나쁘지 았다. 주행 후 연비를 보니 19.2km/ℓ였다. 이 차의 복합 공인연비가 ℓ당 17.7km인 점을 고려하면 좋은 수치다.
수입차지만, 일반 르노삼성자동차 모델과 같이 전국 460여 곳의 르노삼성자동차 사후관리(A/S)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가격은 다소 아쉽다. 높은 가격경쟁력으로 흥행했던 XM3와 비교하면 높은 편이다. XM3의 차급 별 가격대가 1719만~2532만원이지만, 캡처는 디젤 모델이 2413만~2662만원, 가솔린 모델은 2465만~2748만원으로 책정됐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수입차 특성상 옵션 품목이 대거 기본으로 탑재됐기 때문에 경쟁사의 소형 SUV 풀옵션 모델과 비교하면 100만원 이상 저렴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