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감독이 10년 차 베테랑 감독에게 도발을 담은 도전장을 날렸다. 도발을 날린 이는 올 시즌 성남 FC 지휘봉을 잡은 김남일 신임 감독. 도발을 받은 이는 FC 서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최용수 감독이다.
두 감독은 스타출신 감독이다. '독수리'로 불린 최고의 공격수 최용수. 그리고 '진공청소기'로 유명한 미드필더 김남일이다. 특히 두 선수는 붉은 유니폼을 입고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 했다. 남다른 인연도 있다. 2017년 최용수 감독이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 감독으로 있을 때 김남일 감독이 코치로 부임했다. 김남일이 지도자 인생을 최 감독의 손을 잡고 시작한 것이다.
이후 두 지도자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최 감독은 서울로 돌아와 위기의 팀을 구했고, 김 코치는 국가대표팀 코치로 2018 러시아월드컵을 치렀다. 최 감독이 서울을 다시 안정세로 이끄는 동안 김 코치는 전남 드래곤즈 코치를 거친 뒤 올 시즌을 앞두고 성남 감독으로 전격 부임했다.
그리고 두 감독이 적이 돼 첫 맞대결을 펼친다. 오는 31일 서울과 성남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0' 4라운드를 가진다. 이 대결이 K리그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스타 감독의 대결도 관심거리지만 그 보다 더 큰 관심은 초보 김 감독의 도발로 시작된 분위기다.
김 감독은 지난해 12월 성남 감독 취임식에서 꼭 이기고 싶은 팀에 대한 질문을 받고 고민 없이 서울을 선택했다. 김 감독은 "최용수 감독님과 중국에서 함께 생활을 했고, 서울이 이기고 싶은 팀이기도 하다. 서울전이 가장 기대가 된다. 이유는 없다. 서울을 꼭 이기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가대표 시절 최용수 감독과 김남일 감독의 모습. 중앙포토 최 감독은 담담하게 받았다. 최 감독은 "선후배 간의 정을 나누고 싶다. 언젠가 지도자로 맞대결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묘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 친구가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 지 신경쓰고 싶지는 않다. 항상 서울은 공공의 적이었다. 우리를 더 자극해줬으면 좋겠다. 우리를 잡고 싶다는 뜻을 밝혔지만 시간과 경험에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응수했다.
두 팀 모두 좋은 흐름을 가지고 있다. 쉽게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은 개막전에서 강원 FC에 1-3 패배를 당한 뒤 광주 FC에 1-0 승리, 포항 스틸러스에 2-1 승리까지 2연승을 달렸다. 순위표에서도 3위에 랭크됐다. 서울은 성남을 상대로 3연승을 노리고 있다. 성남은 3경기 연속 무패 행진(1승2무)을 달리고 있다. 개막전에서 광주에 2-0으로 승리한 뒤 인천 유나이티드와 0-0 무승부, 강원과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성남은 리그 5위에 이름을 올리며 서울을 위협하고 있다.
패기의 '진공청소기'가 한 도발은 성공할까. 노련한 '독수리'가 도발을 어떻게 막아낼까. '진공청소기'와 '독수리'의 역사적 첫 대결은 K리그에 또 하나의 스토리를 엮어낼 준비를 마쳤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