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하리수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응원해준 고등학교 은사님을 만나 울컥했다. 남고를 다녔던 그는 졸업앨범도 공개하고 "은사님 덕분에 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지난 29일 방송된 KBS1 예능 'TV는 사랑을 싣고' 77회에는 하리수가 출연해 분당 낙생고등학교 학생주임 전창익 선생님을 찾아 나섰다. 하리수가 재학시절 남고였는데, 전 선생님에 대해 그는 "고등학교 들어가선 좀 더 예쁘게 하고 싶지 않냐. 그 시기 제 자존감이 형성되도록, 하리수가 세상 앞에 설 수 있도록 해주신 선생님"이라고 소개했다.
전 선생님은 하리수의 소지품인 화장품 등을 보고도 그냥 지나쳤다고. 당시를 회상한 하리수는 "학생주임 선생님이니까 반에 와서 소지품 검사도 하고 용모 체크도 하시지 않냐. 아무래도 저는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가방 속에 화장품이 있고, 손톱고 길고, 머리도 제일 길었다. 저를 놀리거나 하신 게 아니라 아이들한테서 저를 보호해 주셨다. 저를 저로 인정해준 게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그 당시 다른 친구들하고 다르다는 걸 알고 계셨는지 여쭤보고 싶다"고 궁금해 했다. 또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시간 동안 전 선생님 생각이 많이 났다면서 "트랜스젠더라는 삶을 택하고 살아가며 삶의 원동력이 됐다고 감사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은퇴 후 캄보디아에서 한국어 선생님으로 봉사중이었다. 학창시절의 하리수를 "조용하면서도 자기 의지를 갖고 있었다. 남학생이 여성적이라는 생각은 안 했고, 그냥 단지 경엽이 다웠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게 하리수다운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라고 떠올렸다. 또 소지품에 대해선 "당황을 했다. 보는 순간 '이걸 어쩌니' 했는데 옆에 아무도 없더라. 그래서 남이 볼까 봐 덜덜덜 하면서 얼른 숨겼다. 자기 존재를 나타내는 게 지적을 받을 일인가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 하리수를 눈물짓게 했다.
하리수는 "선생님 덕분에 성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기를 방황하지 않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었다. 사실 저는 졸업하고 나서 이렇게 학교를 찾아오는 걸 꿈꿔보지 못했다. 인생이 좀 남다르잖냐. 남다르다는 것을 이해해보려고 얘기를 들어주시는 분들이 많이 없다"면서 감사인사를 전했다. 선생님은 "본인은 힘들었을지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희망을 준 것도 사실이다. 나도 교직을 끝내고 꿈도 없는 나이가 됐잖냐. 선생님도 너로 인해 다시 꿈 꿀수가 있는 거 같다. 네가 너무 자랑스럽고 선생님이었다는 게 행복하다"라고 눈물을 흘리는 하리수를 다독였다. 황지영기자 hwang.jeeyou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