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손길을 탄 할리우드 신작들이 차례로 세상 빛을 보고 있다. 배우 개인의 진출에서 감독 등 제작자들의 대거 진출로 이어진 흐름 속에서, '기생충'의 후광을 입고 새로운 성과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지난 25일 넷플릭스를 통해 시리즈로 재탄생한 '설국열차'가 공개됐다. 봉준호 감독이 아닌 제임스 호스·매튜 오코너·스콧 데릭슨이 메가폰을 잡았다. 직접 연출에 관여한 것은 아니나 봉준호 감독은 물론 박찬욱 감독 등이 책임 프로듀서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이미경 CJ 부회장도 책임 프로듀서 명단에 포함됐다.
10부작인 이 시리즈는 매주 월요일 2회씩 공개된다. 미국에서는 TNT 채널을 통해 지난 17일부터 방송되고 있다. 아직 일부 공개된 것이라 결과를 성급하게 평가할 수 없겠으나,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시리즈화한 작품으로 받은 높은 관심 덕분에 벌써부터 평단의 다양한 평가를 받고 있다.
초기 반응에는 호불호가 갈린다.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전문가들로부터 받은 신선도 점수는 63%다. 60%를 기준으로 '신선한(Fresh)'과 '썩은(Rotten)'으로 갈리게 된다. 좋은 점수를 받지는 못한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판에 박힌 액션. 드라마는 진부하고 감성적이다'라고 혹평했고, 인디와이어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아니라 TNT의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적 비전에서 가능한 한 가장 멀게 만들어졌다'라고 했다. 버라이어티도 '볼 만한 결과물이지만 그 이상은 아니'라고 봤다.
물론 호평도 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즐겨 볼 만한 리듬을 갖췄다'고 평가했고, 인디펜던트도 '영화보다 분노는 적지만, 비슷한 위트와 상상력, 그리고 설정의 명료함이 있다'고 전했다. BBC도 '서스펜스와 몰입감이 넘친다'고 했다.
시리즈가 모두 공개된 6월에는 '설국열차'에 관한 제대로 된 평가가 나올 전망이다. 10회 방영이 끝난 후에는 시즌 2 제작에 들어간다.
CJ엔터테인먼트가 할리우드 현지에서 만든 영화는 6월 관객과 만난다. 쉐일린우들리·세바스찬스탠·제이미 도넌 주연작인 '엔딩스비기닝스'다.
'엔딩스비기닝스'는 이별의 후폭풍을 겪는 다프네 앞에 다정한 이상형 잭과 치명적 매력의 프랭크가 나타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영화다. '안녕, 헤이즐'로 익숙한 얼굴인 쉐일린우들리가 다프네를,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에서 윈터 솔져 버키를 연기하는 세바스찬스탠이 프랭크를,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제이미 도넌이 잭으로 분한다. '조'·'뉴니스'·'이퀄스' 등을 연출한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 영화는 앞서 제44회 토론토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바 있다. 베트남 등에서 현지 제작진과 배우를 기용해 현지 언어로 영화를 만들어온 CJ엔터테인먼트가 할리우드까지 진출해 만든 결과물이다. 6월 국내 개봉해 관객들의 평가를 받는다.
할리우드에서 만든 한국 제작진의 작품은 향후 지속해서 선을 보인다. '써니'와 '극한직업'의 리메이크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미국 현지 블랙박스매니지먼트와 국내 매니지먼트사 BH엔터테인먼트가 파트너십을 최근 체결하고 영화 '곤지암'의 리메이크작을 만든다. 제70회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악녀'를 만든 정병길 감독은 할리우드 유명 에이전시인 CAA와 계약을 맺고 드라마판 '악녀'의 연출을 맡는다. 현재는 SF영화 '애프터번'을 준비하고 있다. '1987' 장준환 감독은 할리우드로 건너가 데뷔작인 '지구를 지켜라!'의 리메이크작을 직접 연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