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BO리그에서 가장 '핫 플레이어'인 LG 로베르토 라모스(26)는 '괴력'을 자랑한다. 그의 홈런은 아주 시원시원하다.
라모스는 개막 후 5월까지 23경기에서 홈런 10개를 뽑아,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대구 삼성전에서 시즌 6호 홈런을 때려 부문 단독 1위에 오른 뒤에도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 이제는 부문 2위 나성범(NC·7개) 등 추격자 그룹에 꽤 앞서 있다.
향후 상대 분석과 견제가 심해지고, 라모스도 페이스가 떨어지겠지만 산술적으로는 이 페이스라면 올 시즌 홈런 63개를 칠 수 있다.
홈런 개수만큼이나 놀라운 건 그의 괴력이다. KBO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이번 시즌 1일까지 나온 총 227개 홈런의 평균 비거리는 116.6m다. KBO 기록에 따르면 라모스는 홈런 평균 비거리122.5m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이는 기록원이 낙구 지점을 파악해 구장별 홈런 비거리 산정표에 따라 5m 단위로 끊어 판단하는 만큼 정확하지 않다.
트랙맨 시스템(레이더 추적 기술)으로 측정한 라모스의 홈런 타구의 평균 비거리는 125m다. 트랙맨은 군사용 레이더를 이용한 측정 시스템으로 공의 속도, 공의 수직·수평 변화, 타격 발사각도 등을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고 타구의 비거리까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다만 KIA의 홈구장에는 트랙맨 관련 장비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라모스가 10호 홈런(5월 29일 광주 KIA전)은 제외했다.
125m의 비거리면 국내에 있는 모든 구장의 담장을 넘길 수 있다. 라모스가 홈으로 사용하는 잠실구장은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인데, 홈 플레이트에서 가운데 펜스까지 거리가 125m다. 반면 대부분 구장의 좌우 펜스는 100m 내외다. 좌타자 라모스가 공을 잡아당겨 타구를 우측으로 날려 보낸다면 담장을 훌쩍 넘기는 셈이다. 평균 비거리가 125m가 되는 만큼 방망이에 걸리는 순간 '넘어갔다'를 직감할 수 있는 타구가 대부분이다. 비거리 130m가 넘는 홈런도 10개 중 3개나 된다. 지난 16일 잠실에서 열린 키움과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양현을 상대로 뽑은 개인 4호 홈런이 라모스의 올 시즌 최장 비거리인 133.8m를 기록했다. 그래서 류중일 LG 감독은 "잠실구장만 아니었으면 라모스의 타구 가운데 3개 정도는 더 홈런으로 연결됐을 것"이라고 아쉬워하는 이유다.
홈런 타구의 비거리가 높을 수록 기본적으로 힘이 뛰어나고, 임팩트 순간 타구에 힘을 제대로 싣는다는 의미다.
라모스의 홈런 타구 시 발사각은 28.7도다. 발사각이 높을수록 큰 포물선을 그리고, 낮을수록 라인 드라이브성에 가깝다. 홈런타자로 불리는 장타자의 발사각이 대개 30도 내외인 만큼 라모스의 홈런 타구 발사각은 이상적인 수준에 속한다.
홈런 타구 속도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평균 167.6㎞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타구 속도로 굉장히 주목을 받은 카를로스 페게로(전 LG)만큼은 아니지만, 리그 평균을 훨씬 뛰어넘는 굉장히 빠른 편이다.
비거리와 발사각, 타구 속도를 종합하면 어퍼 스윙을 가진 라모스는 빠르게, 멀리, 강하게 홈런 타구를 생산해내고 있다.
LG의 데이터 전력분석팀은 "라모스의 평균 타구 속도는 140㎞ 정도다. 배트에 정확히 맞으면 대부분 160㎞ 이상의 타구 속도를 자랑한다. 이런 타구를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다"며 "홈런뿐만 아니라 라모스의 평균 타구 스피드와 발사각은 NC 나성범(154.7㎞, 18.1도) 등에 이어 리그 TOP 3 수준이다"고 평가했다.
LG 구단이 주목하는 점은 플라이볼 비율이다. 인플레이 타구 가운데 플라이볼 비율은 51%. 리그에서 유일하게 50%를 넘긴다. 리그에서 내로라하는 강타자도 40% 정도 수준이다. 노석기 LG 데이터 전력분석팀장은 "강한 타구를 치는 타자의 플라이볼 비율이 높다는 건 그만큼 장타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며 "라모스는 본인이 가진 힘과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한 가지 추가된다. 노 팀장은 "미국에서 라모스의 콘택트 비율은 60% 정도였는데 KBO리그에선 70%를 조금 넘긴다"며 정확성 향상을 언급했다.
류중일 LG 감독은 시즌 초반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는 라모스의 장점 중 한 가지로 선구안을 꼽는다. 류 감독은 "라모스는 좋은 선구안이 최고 장점이다. 또한, 떨어지는 공을 잘 참고 낮은 궤적의 공을 잘 공략한다"고 했다. 덕분에 출루율도 리그 5위(0.451)로 돋보인다. 외국인 선수에게 기대하는 강타자이면서도 선구안과 정확성이 좋아 KBO 리그 첫해 성적과 적응력이 좋은 것이다.
역대 외국인 타자 중 LG 유니폼을 입고 30홈런을 때려낸 타자는 아직 없다. 홈구장의 규모가 국내에서 가장 큰 영향도 있지만, 영입 대박을 터뜨린 선수도 없다. LG는 2010년대 데려온 외국인 타자가 부진하거나 부상으로 팀에 녹아들지 못했다. 그래서 2009년 타율 0.332 26홈런 100타점을 올린 로베르토 페타지니가 구단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로 남아 있다. 오랫동안 페타지니를 향한 향수가 짙게 남아 있었다.
라모스는 아직 시즌이나 초반 타율 0.375(5위) 10홈런 21타점(공동 4위)을 기록하고 있다. 장타율은 0.813으로 압도적인 1위, 출루율도 5위. 공격 주요 부문에서 TOP 5위 안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LG는 라모스의 활약 덕에 김현수가 2번으로 옮겨 타순의 짜임새와 연결이 더욱 좋아져, 현재 단독 2위(16승 7패)에 올라 있다. 선두 NC(18승5패)를 2게임 차로 바짝 추격하는 중이다. 최근 6연속 우세 시리즈를 거두는 등 최근 10경기에서는 8승2패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라모스는 LG 역대 외국인 최고 타자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LG는 라모스의 활약을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