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에서 열린 V리그 여자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현장. 모든 행사가 종료되자 6순위로 외국인 선수를 뽑은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 곁으로 취재진이 몰렸다. 한국 V리그 복귀를 타진 중인 김연경(32)의 거취, 흥국생명과의 협상 진척에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박미희(57) 흥국생명 감독은 "지금은 결정된 게 없어 (자세한 언급이 가능한) 시기는 아닌 것 같다"며 "선수 본인이 (V리그 복귀 또는 해외 타 리그 계약 등) 여러 옵션 중 한 가지로 (V리그 복귀를) 얘기했다. 또 해외로 나갈 수 있으니까"라며 상당히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배구 여제' 김연경은 현재 임의탈퇴 신분이다. V리그 복귀를 위해선 임의탈퇴 해제 결정권을 쥔 흥국생명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한다.
김연경과 흥국생명은 3일 본격적인 만남을 가졌다. 김여일 흥국생명 단장은 4일 드래프트 종료 후 "김연경과 복귀 문제를 놓고 어제 처음 만났다. 선수 측이 시간을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본인의 의사 결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김연경과 만나면서 '우리 팀에서 뛰어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김연경이 복귀하기 위해선 샐러리캡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여자부는 올해부터 샐리러캡이 기존 14억 원에서 23억 원(연봉 18억 원, 옵션 5억 원)으로 올렸다. 그런데 흥국생명은 이재영(6억 원)과 이다영(4억 원)을 붙잡는데 10억 원을 써 샐러리캡 여유가 충분하지 않다. 김연경에게는 최대 6억 5000만원과 계약할 수 있다. 이 경우 흥국생명은 남은 6억 5000만 원으로 11명~15명과 연봉 협상을 완료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계약 여부는 이달 안에 결론 날 전망이다. 김연경과 계약 여부에 따라 선수단 구성에 변화가 불가피하고, 기존 선수들과 연봉 계약을 선수 등록 마감일인 6월 30일 전에 매듭을 지어야만 한다.
김 단장은 "(선수단 구성과 샐러리캡 탓에) 최대한 빨리 (결정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른 선수의 연봉이나 이적 등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안녕하세요" "괜찮아요" 등 한국어 실력을 뽐낸 루시아 프레스코는 흥국생명의 재지명 후 연결된 화상 통화에서 김연경의 복귀설을 전해 듣고 "오, 정말이냐"고 반문한 뒤 "농담하는 것 아니냐"고 깜짝 놀랐다.
이날 드래프트에선 IBK기업은행이 전체 1순위로 안나 라자레바(23·러시아)를 지명했다. 라자레바는 2019~2020 프랑스 리그에서 득점 2위를 차지하는 등 이번 드래프트에서 압도적인 1순위로 손꼽혔다. 2019~2020 정규시즌 최하위로 구슬이 가장 많았던 한국도로공사는 3순위로 밀렸고, 캘시 페인(25·미국)을 뽑았다. 지난 정규시즌 1위 팀 현대건설은 헬레나 루소(29·벨기에)를 지명했다. GS 칼텍스 메레타 러츠, KGC 인삼공사 발렌티나 디우프, 흥국생명 루시아는 내년에도 V리그에서 뛰게 됐다.
한국배구연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계로 해외 트라이아웃을 취소하고, 국내에서 드래프트를 열었다. 각 구단은 선수의 영상을 참고로 지명했다. 모든 지명이 완료된 후 실시간 화상 통화를 연결해 지명 선수의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