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이 한화그룹의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신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한화가 현대자동차와 손을 잡은 태양광 연계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도 차세대 먹거리 중 하나다. 블롬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는 세계 ESS 시장이 2017년 3GWh에서 2040년 379GWh 수준으로 128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을 돕는 ESS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선언한 글로벌 ‘일류 한화’로 가기 위해 김동관 부사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김 부사장은 글로벌 리더들의 교류장인 다보스 포럼에 2010년부터 빠지지 않고 참석하며 한화의 ‘얼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교류를 통해 쌓은 인적 네트워크가 향후 ‘일류 한화’로 향하는데 큰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김 부사장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도 다보스 포럼에서 교류하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지난달 31일 발표된 한화큐셀과 현대차의 ESS 공동 개발 MOU를 김 부사장과 정 부회장 간의 협력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전기차 폐배터리를 활용한 ESS 사업이라 ‘그린뉴딜’로 평가하고 있다. 양사는 전기차 재사용 배터리 기반의 가정용 ESS 제품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한화큐셀은 현대차와 협력을 통해 향후 신재생에너지 관련 고객 및 인프라를 활용해 대규모 ESS 프로젝트 발굴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기틀을 다지고 있다. 한화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책임지기 위해 한화의 전력부문장을 맡아 그룹의 미래 전략을 전반적으로 지휘하고 있다. 전략부문은 그룹에서 미래 전략 방향 설정 및 투자계획 중장기 전략 수리 작업을 수행하는 핵심 조직이다. 자진해서 전략부문장을 맡은 김 부사장은 태양광 부문에서 보여준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성장동력 발굴 등 미래 살림도 책임지겠다는 의지다.
지난 3월 한화솔루션 사내이사가 되면서 한화그룹의 총대까지 멨다. 그동안 한화는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오너가 사내이사가 없어 책임 경영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전면에 나서고 있는 김 부사장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많다. 중국의 공세다. ESS 시장은 중국이 정부와 함께 공략하고 있는 분야다. 선제 대응으로 시장에 빠르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한화큐셀은 2010년대 중반부터 조금씩 ESS 사업을 하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현대차와의 협력이 새로운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아직 실증 단계라 해야 할 일이 많다. 새로운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태양광 분야에서 중국의 저가 공세를 따돌린 바 있다. 한화는 한때 태양광 사업 철수를 고려할 정도로 암흑기를 겪었다. 하지만 2012년부터 김 부사장이 태양광 사업을 도맡으면서 글로벌 1위 태양광 모듈 업체로 올라섰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 점유율 1위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중국 모듈보다 10% 높은 출력을 앞세워 프리미어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기관 우드맥캔지에 따르면 한화큐셀은 2019년 미국 주택용 태양광 시장에서 25.2%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