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6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승리투수(11-2)가 된 KIA 타이거즈 양현종(32)은 자신을 “5선발입니다”라고 소개하며 웃었다.
그는 이날 시즌 4승째(3일 현재 다승 1위)를 거뒀지만, 평균자책점은 4.22에 그치고 있다. 애런 브룩스(3.23)·드류 가뇽(3.95)·이민우(3.23)·임기영(3.67) 등 KIA의 다른 선발투수보다 높다. 그러나 KBO리그 누구도 양현종을 초반 1개월 성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2007년 KIA에 입단한 그는 2009년부터 꾸준히 에이스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양현종의 존재는 지난겨울 방영된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극 중에서 드림즈는 트레이드를 통해 ‘국가대표 1선발’ 강두기를 영입한다. 강두기의 등번호가 양현종의 54번이다. 이신화 작가는 강두기의 이미지를 양현종에게서 따왔다고 밝혔다.
양현종은 3일 ‘국가대표 1선발’다운 이정표를 하나 세웠다. 통산 400번째 등판에서 140승 고지에 오른 것이다. KBO리그 39년 역사상 140승을 거둔 투수는 5명뿐이다. 선동열, 이강철, 송진우, 정민철에 이어 양현종이 현역 투수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경기 뒤 만난 양현종의 손에는 기념구가 쥐어져 있었다. 박수쳐줄 관중이 입장하지 못했지만, 전광판에 ‘140승’이라는 축하 문구가 떴다. 양현종은 “날 건강하게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150승은 팬들과 함께하고 싶다”며 웃었다.
프로 생활 14년 동안 양현종은 한 해도 쉬지 않았다. 왼 어깨가 아팠던 2012년을 제외하고 매년 100이닝 이상을 던졌다. 지난 5년 동안에는 평균 189이닝을 책임졌다. 이 기간 KBO리그에서 양현종보다 많은 공을 던진 투수는 없었다.
양현종은 “프로 선수라면 누구나 노력한다. 부모님이 유연성을 물려주신 덕분”이라며 겸손해했다. 후배들의 생각은 다르다. KIA 투수들은 양현종으로부터 훈련법과 자기 관리법을 배운다. 코치들도 양현종에게 특별한 주문을 하지 않는다. 스스로 철저하게 몸 관리를 하기 때문이다. 양현종은 “비결은 없다. 시즌이 기니까 평소에 잠을 잘 자는 정도”라고 말했다.
해태 시절(1982~2001년)을 포함해 KIA는 한국시리즈 최다 우승(11회)을 기록한 팀이다. 그만큼 위대한 투수가 많았다. 이강철(현 KT 위즈 감독)은 통산 152승 중 150승을 타이거즈에서 거뒀다. 선동열(전 국가대표 감독)은 타이거즈에서 146승을 기록했다. 양현종은 타이거즈 통산 ‘다승 3위’인 셈이다.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고려 중인 양현종의 2020년 목표는 타이거즈 최다승이다. 남은 5개월 동안 11승을 추가하면 이 감독의 기록을 뛰어넘을 수 있다. 이 감독은 양현종의 신인 시절 투수코치였다. 양현종은 “이 감독님이 ‘세 시즌 연속 잘해야 에이스’라고 말씀하셨다. 이 감독님이 KIA에 계실 때는 인정받지 못했다. 감독님 기록을 깬 뒤 찾아가면 축하해주시지 않을까”라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