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2020시즌에 연패가 없는 유일한 팀이다. 정상적인 전력은 아니지만, 디펜딩챔피언다운 저력이 발휘되고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연패 없이 꾸준히 승수 확보를 하고 있는 페이스에 대해 묻자, "연패는 언제든지 당할 수 있다"며 의미 부여를 꺼리면서도 "선수들이 위기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있다"며 팀 특유의 멘탈리티를 짚었다.
두산의 불펜진은 최근 두 시즌과 비교하면 매우 헐겁다. 5~6점 차로 앞서 있어도 안도할 수 없다. 필승조가 투입된 뒤에도 추격을 허용한 경기도 많다.
최근에는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5선발 이용찬은 오른 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을 받는다. 시즌 아웃이다. 허경민은 오른 약지 미세 골절, 정수빈은 오른 발등 통증이 있다. 주장 오재원은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다. 오재일은 옆구리 부상 탓에 열흘 동안 자리를 비웠고, 김재환은 스윙하다가 중심이 무너질 만큼 오른쪽 발목이 좋지 않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연패 없이 리그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끝내기 패전, 역전패 등 분위기가 침체될 수 있는 패전 뒤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잡아야 할 경기는 잡았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오재일, 김재환 등 좌타자로 구성된 중심 타선이 동반 침묵하는 경기는 득점력 저하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는 하위 타선에서 집중력을 보여준다. 5일 KIA전에서도 1-1 동점이던 7회말에 김재호와 박세혁이 연속 안타를 치며 점수 차를 벌렸다. 시즌 첫 3연승도 거둔 6일 KIA전에서는 김재호가 무사 1·3루에서 KIA 마무리투수 문경찬으로부터 끝내기 안타를 쳤다.
6일 KIA전은 끝내기 승리보다 과정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백업 내야수 류지혁(26)과 신인 외야수 양찬열(23)이 동점과 역전 발판을 만들었다. 0-2로 뒤진 3회말에 두 선수가 연속 안타를 치며 1점을 추격했다. 7회는 무사 2·3루에서 류지혁은 희생플라이 타점, 양찬열은 좌전 안타로 주자의 진루를 도왔다. 김재호의 동점 희생플라이 발판을 만들었다. 결승 득점이 나온 9회도 류지혁이 2루타를 무사 2루 기회를 열었다.
류지혁은 허경민이 이탈한 3루를 메웠다. 원래 주전급 백업으로 평가된 선수지만, 교체 출전뿐이던 시즌 초반에는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KIA전에서는 하위 타선에서 득점 물꼬는 트는 역할을 해냈다.
두산은 주전과 백업이 명확히 나뉜 팀이다. 그러나 FA(프리에이전트) 취득을 앞둔 선수가 많기 때문에 백업진도 의욕이 높은 상황이다. 기회가 왔을 때 보여줘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경기력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새 얼굴의 등장도 반갑다. 양찬열은안권수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로 1군 무대를 밟은 신인 야수다. 8라운더 대졸 신인지만 2군에서 타율 0.441를 기록하며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다. 1군 데뷔전이던 5일 KIA전에서는 점수 차를 4점으로 벌리는 쐐기 적시타를 쳤다. 6일 2차전은 멀티히트.
6월 둘째 주 첫 경기인 창원 NC전은 이용찬의 부상 공백을 메울 대체 선발이 등판할 차례다. 김태형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소화한 젊은 투수 가운데 한 명이 될 것이다"고 했다. 선발진도 예비 FA가 2명이다. 세대교체와 전열 정비는 준비해야 할 상황. 등판 기회를 얻는 선수에게는 기회다.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가 나올 수 있다.
치열한 내부 경쟁과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성향. 두산이 악재 속에서도 안정감을 유지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