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송현동 땅' 매입을 두고 대한항공에 공을 던졌다. 대한항공은 속이 탄다. 서울시 제안을 받자니 회사가 어렵고, 안 받자니 혹여 일지 모를 반대 여론이 부담된다.
서울시는 경복궁 옆 종로구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보상비로 4671억3300만원을 책정하고 이를 2022년까지 나눠서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5일 밝혔다. 서울시의 ‘북촌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보유한 3만6642㎡ 규모의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말까지 이 부지의 문화공원화 계획은 밝히면서도 "아직 부지 매입비를 예산으로 책정한 바가 없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이날 구체적인 액수를 제시하며 공을 대한항공에 넘겼다.
다행히 당초 예상보다 제안가는 높은 편이다.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 공원화 의지를 드러내면서 항간에 "서울시가 2000억원 수준에 이 땅을 매입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반면 대한항공은 최소 5000억원 이상의 액수를 원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서울시의 보상비는 공시지가에 보상 배율을 적용해 나온 액수다. 시는 이 돈을 올해는 건너뛰고 2021∼2022년에 걸쳐 분할 지급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지급 액수는 2021년 467억1300만원, 2022년 4204억2000만원이다. 2022년까지 보상을 모두 마친 뒤 2023년부터 공사비 집행을 시작해 2024년 사업을 마친다는 것이 시의 계획이다.
땅 주인인 대한항공 의사와는 배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은 경쟁입찰을, 서울시는 수의계약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현재 유동성 위기를 겪는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를 올해 안에 최소 5000억원 이상에 매각하는 내용을 포함한 자구안을 마련한 바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앞서 "(송현동 부지 매수자는) 정해진 게 없다. 안 팔리면 가지고 있겠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버틸 수도 없다. 현재 서울시는 송현동 땅을 '문화공원'으로 지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이럴 경우 땅을 민간 제3자가 사들이더라도 다른 개발로 수익을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울시는 지난 4일 대한항공 측에 정식 공문을 보내 의견을 내라고 했다. 대한항공은 "지금 단계에서 가격을 논할 상황은 아니다"며 선을 긋고 있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대한항공의 딱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