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구단은 연기된 개막, 길어진 준비 기간 동안 내부 경쟁력을 면밀히 살필 수 있었다. 이 시기에 등장한 새 얼굴들이 정규리그에서 활력을 더하고 있다.
KT는 전화위복이 됐다는 평가가 과하지 않다. 주전 외야수 한 명을 얻었다. 배정대(25)가 비로소 잠재력을 드러냈다. 2014년 1라운더 출신 유망주지만 수비력에 비해 공격이 따라주지 않았다. 스프링캠프 향상된 스윙, 타구 속도를 보여줬지만 이미 외야에는 자리가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국내 3차 캠프가 차려지면서 기회가 왔다. 모험을 감행할 시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강철 감독은 공격력 강화를 위해 외야수던 강백호의 1루수 전환을 유도했다. 내야 오른쪽 수비 범위 저하를 감수했지만, 외야 전 범위 수비력 강화를 꾀할 수 있었다. 배정대가 빈 외야 한 자리에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관건은 배정대의 타격 능력. KT 코칭 스태프는 겨우내 직접 확인한 성장세를 믿었다. 선수는 부응했다. 31경기에서 타율 0.357. 장타율은 0.536를 기록했다. 무안타는 4번뿐이다. 주루 능력도 뛰어나다. 10일 현재 리그에서 가장 많은 3루타(3개)를 기록한 타자다. KT가 최근 팀 성적이 좋지 않은 탓에 가려 있지만, 올 시즌 등장한 새 얼굴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선수다.
올 시즌은 변수가 많다. 11일에는 시즌 두 번째 더블헤더가 열렸다. 조만간 장마철이다. 루틴대로 비시즌을 준비하지 못한 탓일까. 부상자도 유독 많다. 지난 9일 하루에만 5명이 부상자 명단에 등재됐다. 민병헌(롯데), 허경민(두산), 황재균(KT) 등 각 팀 주축도 있다.
팀 뎁스가 장기 레이스 막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전급 백업 확보, 실력 차 감소 유도가 올 시즌의 화두다. KT는 길어진 준비 기간을 활용해 이전보다 탄탄한 베스트 라인업을 만들었다.
두산도 사령탑이 청백전 기간 동안에 직접 눈으로 확인한 신예가 내, 외야 주전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한 비상 상황에서 기회를 얻었다. 신인 외야수 양찬열(23)이 그 주인공이다. 하위 라운드(8) 지명 선수지만 불과 청백전 3경기로 김태형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김 감독은 "모든 플레이를 적극적으로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2군 경기에서의 숫자로 증명했지만 콘텍트 능력도 괜찮다. 여러 가지 면에서 활용도가 높은 선수이기 때문에 당분간 1군에서 활용할 생각이다"고 했다.
퓨처스리그에서 4할 타율을 유지하며 콜업을 예고했다. 지난 주말 KIA 3연전에 모두 선발로 나서서 스윕승에 기여했고, 10일 열린 1위 NC와의 경기에서도 멀티 출루를 하며 제 몫을 했다. 2-0, 근소하게 앞선 7회에 볼넷을 얻어내며 만루를 만들어 빅이닝 발판을 놓았다.
KIA 내야수 김규성(23)도 아직 생소한 이름이다. 2016년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7라운드에 지명된 무명. 2군에만 있었고, 현역으로 군 복무를 했다.
현재 이 선수는 왼쪽 대퇴이두근 염좌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주전 2루수 김선빈의 자리를 메우고 있다. 10-0으로 완승을 거둔 11일 수원 KT전에서는 데뷔 첫 멀티 히트를 기록했다. 그동안 대주자, 대수비 요원으로 나섰지만 선발로 출전한 경기에서는 매우 인상적인 타격 능력을 보여주고 잇다.
김규성도 청백전 정국을 통해 강한 인상을 남긴 선수다. 플로리다(미국)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 때는 그저 눈길을 끄는 새 얼굴 수준이었다. 그러나 국내 3차 캠프 청백전에서는 주로 비주전 선수로 구성된 팀에 선발 유격수로 나섰고, 4할대 타율을 기록했다. 마무리투수 문경찬으로부터 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다. 수비와 주루는 공격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개막 30경기 만에 무더운 날씨, 우천 취소 일정과 싸워야 한다. 처음 겪는 상황이다. 몸 관리는 필수이자 성적을 가를 변수다. 앞으로도 새 얼굴 활용은 늘어날 전망이다. 긴 청백전 시즌에 내부 전력을 두루 살핀 팀이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