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인기 e스포츠 리그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가 내년에는 확 바뀐다. 팀들이 강등 없이 계속 참가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리그로 새롭게 출발한다. 이를 위해 오는 19일까지 지원서를 제출한 팀들을 상대로 심사가 진행된다. 과연 어떤 팀들이 2021년 LCK호에 승선할까. 기존 팀이 탈락하고 새로운 팀이 합류할 수 있어 업계는 물론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19일 지원서 접수 마감…팀 수 유지·축소·확대?
LCK는 각국의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e스포츠 리그 중 가장 인기 있는 리그다. 전 세계적으로 하루 평균 약 463만명이 시청하고, 하루 평균 최고 동시 시청자는 82만여 명이나 된다. 특히 이 중 62%가 해외 시청자일 정도로 세계적인 리그다.
하지만 북미·유럽·중국과 달리 1·2부 리그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승강제를 두고 있어 팀이 장기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LCK의 수준이 글로벌 무대에서 하향세를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내년부터 프로야구처럼 팀들이 강등 없이 계속 참여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리그로 진행된다.
주최사인 라이엇게임즈는 19일까지 지원서를 받고 심사에 들어가 오는 9월 2021년 LCK 참가 팀을 확정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참가 의향을 밝힌 팀은 국내외 25개 팀(업체 포함)이다. 기존에 LCK에 참가하고 있는 10개 팀에 2부 리그 격인 ‘챌린저스 코리아’에 출전하는 8개 팀, 해외 등에서 의향을 밝힌 7개 팀이다.
이들은 참가 의사가 있다는 것을 밝혔을 뿐 실제로 지원서를 내는 팀은 이보다 적을 수 있다. 프랜차이즈 리그에 합류하기 위한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100억~120억원가량의 참가비를 내야 하고, 이와 별도로 팀 운영비도 있어야 하는 등 상당한 자금력을 갖춰야 한다. 또 경영진 및 재무 건전성과 실현 가능한 수익 사업 계획 등이 라이엇게임즈가 요구하는 수준이 돼야 한다.
라이엇게임즈는 엄격한 잣대로 지원팀 중에서 LCK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파트너를 고르겠다는 계획이다.
라이엇게임즈 측은 “프랜차이즈화를 발판 삼아 팀·선수·팬 등의 입장에서 지속 가능한 선순환 e스포츠 생태계를 만들고, 이를 통해 LCK를 수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라이엇게임즈는 아직 몇 개 팀으로 프랜차이즈 리그를 운영할지 결정하지 않았다. 지금처럼 10개 팀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지만, 확대나 축소 양쪽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10개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으로는 참가 의향을 밝힌 팀이 25개나 된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기존 팀 외에도 NBA와 NFL 등 미국 정통 스포츠 프랜차이즈의 e스포츠 구단과 해외 유명 e스포츠 팀 등이 투자 의사를 밝히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2018년 프랜차이즈를 도입한 중국 LPL의 경우 참여하겠다는 팀이 많아 초기에 14개 팀으로 시작해 올해는 17개 팀으로 늘어났다.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LCK 리그 입성 경쟁이 치열하다”며 “일부 팀들은 자본력 있는 투자자와 파트너십을 맺어 투자 의향을 밝히는 등 확실히 높은 관심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8개 팀으로 축소될 수도 있다. 이는 참가 팀들이 원하는 숫자다. 한 지원팀 관계자는 “프랜차이즈가 되면 라이엇게임즈와 팀들이 운영 수익을 나눠 리그도 키우고 팀 운영도 해야 하는데, 팀이 많으면 나눠 받을 파이가 줄어든다”며 “더구나 국내 e스포츠 시장 규모가 중국이나 북미 등과 비교해 작아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이 넉넉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라이엇게임즈는 참가 팀 수의 유지·축소·확대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합류가 유력한 팀, 희미한 팀?
현재 참가 의향을 밝힌 팀 중 내년 LCK 합류가 유력시되는 팀은 ‘페이커’ 이상혁이 있는 T1과 KT 롤스터·한화생명e스포츠 등 대기업 팀들과 글로벌 e스포츠 기업 소속인 젠지 e스포츠다.
T1과 젠지는 기존 LCK에서도 선두권에 있는 명문 팀이고 참가비와 운영비 등을 해결할 충분한 자금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KT 롤스터와 한화생명e스포츠는 마감일이 다 돼서야 지원서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은 리그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KT 롤스터는 T1처럼 모회사에서 나와 독립 법인으로 참여하기 위해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T 롤스터 운영사인 KT스포츠는 통신사 KT의 스포츠 전문 계열사로 돈을 쓰는 곳이어서 참가비 100억원과 운영비 등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그룹사인 KT가 직접 투자하기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라이엇게임즈가 소개해주는 투자자를 비롯해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자금 문제보다는 프랜차이즈 참여 자체에 대해 본사 경영진이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 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은 e스포츠가 젊은 층에 어필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며 “다만 100억원+α의 투자와 장기간의 팀 운영이 회사에 어떤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검토하고 있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나머지 6개 팀은 자체적으로, 또는 라이엇게임즈의 도움을 받아 함께 할 파트너를 찾고 있다. 일부에서는 참여 의향을 밝힌 해외팀과 연합해 참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또 국내 유력 경제신문사인 한국경제신문도 6개 팀 중 한 팀과 손잡고 LCK 참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2부 리그인 챌린저스 코리아 팀들도 투자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중에 1부 리그에서 2부 리그로 강등된 진에어 그린윙스의 행보가 주목된다. 팀 운영사인 진에어가 코로나19로 가장 어려운 상황을 맞은 항공사인 데다가 e스포츠팀 창단을 이끌었던 조현민 전 부사장(현 한진칼 전무)도 없어 리그 합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LG 등과 연합해 지원서를 접수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려 나오고 있다.
챌린저스 팀 중에는 오즈 게이밍의 합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2부 리그 팀이지만 자금력이 탄탄하고, 현실성있는 수익 사업 계획 등으로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팀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오즈 팀 운영사인 옵티멈존이스포츠는 서울 주요 지역에 직영 PC방을 운영해 수익원이 안정적이고, 금융권으로부터 100억원에 달하는 투자도 이미 받았다. 또 기존 PC방 인프라를 활용한 e스포츠 아카데미 사업은 물론 프로게이머가 되고자 하는 아마추어를 위한 상설 대회도 운영할 방침이다. 프로게임단 최초로 전용 경기장 확보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B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리그 팀 수가 어떻게 결정되든 현재 LCK 10팀 중 2~3팀은 합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빈자리를 누가 차지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