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의 서울 연고 팀 FC서울은 14일 원정경기에서 대구FC에 0-6 참패했다. 그리고 새 별명을 얻었다. ‘식스 앤 더 시티(Six and the City)’.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를 패러디한, 치욕적인 별명이다.
서울은 대구의 역습에 속수무책 당했다. 특히 승강제가 도입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한 경기에서 자책골 2개를 기록했다. 후반 19분 대구 츠바사의 페널티킥을 서울 골키퍼 유상훈이 쳐냈는데, 같은 팀 정현철이 걷어낸다며 골문 안에 차넣었다. 해외토픽에 나올 일이었다.
6골 차는 서울이 23년 만에 기록한 최다 점수 차 패배 타이기록이다. 럭키금성 시절인 1987년 포철에, 안양 LG 시절인 1997년 부천 SK에, 각각 1-7로 졌다. 최근 2경기에서 서울은 10골을 내줬다. 올 시즌 6경기에서 15실점인데, K리그1, 2의 22개 팀을 통틀어 최다 실점이다.
어쩌다 이토록 큰 구멍이 뚫렸을까. 한준희 해설위원은 “공격도 시원치 않지만, 불안한 수비가 더 문제다. 위치도 못 잡고, 상대 역습 때 우왕좌왕한다. 전체적인 밸런스마저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서울 중앙수비수 황현수와 미드필더 오스마르는 부상으로 빠졌다. 경험이 적은 김주성-김남춘-강상희 스리백은 자동문처럼 누군가 접근하면 열렸다.
서울(럭키금성, 안양 포함)은 K리그에서 6차례 우승한 명문이다. 최근 몇 년간 선수 영입에 소극적이었다. 올해도 한찬희는 트레이드를 통해, 한승규는 임대를 통해 간신히 영입했다. 연봉 15억원의 페시치(세르비아)는 부상으로 장기 휴점 중이다. 공격수 아드리아노와 박주영은 부진하다. 올해 서울이 넣은 5골 중 공격수가 넣은 건 2골이다. 그나마 득점자 박동진은 시즌 도중 상주 상무에 입대했다.
서울에선 벤치와 프런트 간 불협화음 얘기도 나온다. 어찌 됐던 성적에 따른 칭찬도, 비판도, 감독 몫이다. 2018년 10월, 최용수(47) 서울 감독은 11위로 떨어진 팀을 맡아 승강 플레이오프 끝에 1부 잔류를 이끌었다. 당시에는 “최용수니까 이 정도 했다”는 칭찬이 쏟아졌다. 최근 상황은 그때와 지금, 같은 감독인가 싶을 정도다.
최용수 감독은 이날 대구전 선발 라인업에 강상희(22), 김주성(22), 양유민(21) 등 22세 이하 선수 5명을 기용했다. 최 감독의 선수 기용은 0-6 패배라는 결과가 말하듯, 처참한 실패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축구계 인사는 “서울의 모습은 포항 스틸러스와 성남FC 등과 비교된다. 이들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선수를 영입했고, 전방압박 등 색깔이 확실한 전술을 쓴다. 최 감독은 몇 년째 스리백인데, 전술적으로 정체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이날 18연패 끝에 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독수리’가 별명인 최용수 감독의 서울은 3연패 늪에 빠졌다. 순위도 9위(2승 4패)다. 서울은 올 시즌 들어 조용한 날이 없다. 5일에는 2011년부터 최 감독과 함께한 김성재 수석코치가 팀을 떠났다. 뒷말이 무성하다.
이에 앞서 ‘쌍용’ 기성용과 이청용은 친정팀 복귀를 희망했지만, 서울과 이들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기성용은 위약금 논란 끝에 스페인 마요르카로 갔다. 협상 과정에서 서운함을 느낀 이청용은 울산 현대로 틀었고, 현재 펄펄 날고 있다. 한준희 위원은 “결과론이지만 ‘쌍용’이 서울에 왔다면 상황은 지금과 다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17일에는 성인용 마네킹 리얼 돌 설치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영민 해설위원은 “서울이 이적 시장에서 선수를 보강할 수 있다면, 현재로서는 리더 역할을 해줄 중앙수비수와 골을 넣을 스트라이커가 필요하다. 최용수 감독을 중심으로 선수단이 똘똘 뭉쳐 투쟁심을 가져야 대패 후유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바꿔 말하면 리더도 스트라이커도 없고, 감독 중심으로 선수들이 뭉치지 못했다는 얘기다.
현 위원은 “다가오는 2연전에도 미끄러지면 승강 사투를 벌였던 2018년처럼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은 17일 상주 상무와 원정에서, 20일 울산과 홈에서 차례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