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LG와 한화의 경기. LG가 9-5로 승리한 뒤 정우영이 이성우와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혹사는 절대 없습니다."
류중일(57) LG 감독은 최근 소방수 역할을 하고 있는 2년차 투수 정우영(21)의 등판 간격이 화두에 오르자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지난 16일 대전 한화전에 앞서 취재진 중 한 명이 '정우영을 너무 자주 내보내는 게 아닌지 팬들이 걱정한다'는 질문을 던진 뒤였다. 류 감독은 "너무 자주 등판한다고? 정말 그래 보이냐"라고 의아한 듯 반문하더니 "정우영은 우리 팀 최고의 필승조 투수다. 팀이 이기고 있으면 당연히 등판한다"고 강조했다.
정우영은 16일까지 17경기에 나서 21이닝을 소화했다. 성적은 1승 무패 5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은 0.86으로 리그 정상급 불펜 투수라 해도 손색이 없다. 소방수 고우석이 부상으로 이탈하고 후임자 이상규까지 부진에 빠지자 류 감독은 망설임 없이 새 마무리 투수로 정우영을 선택했다. 선수도 그 믿음에 걸맞은 투구로 뒷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그 누구보다 류 감독이 정우영의 몸 상태를 신경 쓴다. 류 감독은 "밖에서 보기에는 정우영이 자주 등판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면서도 "내부적으로 투수의 등판 간격은 투구 수를 보고 판단한다. 또 3일 연속 등판도 절대 시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우영은 올해 '연투' 자체가 그리 많지 않다. 5월 28일 한화전과 29일 KIA전에 이틀 연속 나선 뒤 5일을 쉬고 지난 4일 삼성전 마운드에 올랐다. 6일과 7일 키움전에 두 경기 연속 등판한 뒤에는 하루 휴식일을 두고 9일 SK전에 나섰다. 또 11일 SK전과 12일 롯데전에서 연투한 뒤에는 다시 하루씩 쉬고 14일 롯데전과 16일 한화전에 등판했다. 2이닝 이상 던진 경기도 지난달 21일 삼성전(2⅓이닝)이 전부. 그 후엔 이틀 휴식일을 받았다.
6월 들어 등판 간격이 좁아지긴 했지만, LG가 2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치열한 레이스를 펼치는 상황에서 정우영의 비중이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난 16일 한화전도 그랬다. LG가 9회초까지 9-3으로 리드해 여유 있게 이기는 듯했지만, 9회말 들어 9-5로 추격당한 뒤 2사 만루에 몰리자 결국 정우영이 올라왔다. 정우영은 마지막 한 타자에게 공 5개를 던지고 급한 불을 껐다.
류 감독은 올해 특정 투수의 과부하나 부상을 막기 위해 등판 일정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허리 부상으로 수술한 뒤 올해 선발 투수로 전환한 정찬헌은 몸 상태를 살펴가며 열흘 간격으로 마운드에 오르고 있을 정도다. 그 결과 불펜에서 선발로 성공적인 연착륙이 가능했다. 다른 불펜 투수들도 마찬가지다. 이틀 연속 피칭 후엔 반드시 하루 이상 휴식한다. 다만 LG가 예년보다 많이 이기게 되면서 불펜 필승조가 감당해야 할 몫이 늘었다.
류 감독은 "정우영이 이기는 경기에 나온 뒤 투구 수가 적으면 다음날 리드를 잡았을 때 당연히 대기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단, 이틀 연속 던지면 세 경기 연투는 시키지 않는다. 앞으로도 절대 그렇게 혹사시킬 생각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