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신인 김지찬은 프로야구 최단신(1m63㎝)이다. 하지만 스피드를 살려 빠르고 힘찬 플레이를 한다. [사진 삼성 라이온즈]작지만 빠르다. 강하고 단단하다. 삼성 라이온즈 신인 내야수 김지찬(19)의 활약을 프로야구 팬들이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김지찬(당시 라온고)을 지명했다. 고교 시절 타율 0.476(63타수 30안타)를 기록한 그는 안정적인 수비와 빠른 발로 유명했다. 고교 3학년에는 도루를 28개나 했다. 지난해 부산 기장군에서 열린 18세 이하 세계청소년 선수권대회에서는 2번 타자·2루수로 활약하며 동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대회 타격상·수비상·도루상 등 3관왕에 올랐다.
삼성이 김지찬을 지명하자 다른 팀들이 놀랐다. ‘피지컬(1m63㎝, 64㎏)’이 작은 김지찬을 예상보다 빠른 순번으로 지명해서였다. 스카우트들은 현재의 기량 이상으로 체격 등의 성장 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김지찬을 2라운드에 지명한 건 파격적이었다. 화순고 시절 김지찬 이상의 활약을 펼쳤던 KIA 타이거즈 김선빈(1m65㎝)도 6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자신을 둘러싼 물음표를 김지찬은 느낌표로 바꿨다.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그는 삼성이 치른 38경기 중 33경기에 출전했다. 대주자, 대타, 대수비 등 다양한 역할을 해냈다. 수비 위치도 2루수, 3루수, 유격수, 중견수까지 전천후로 맡는다. 17일 기준으로 타율 0.295(44타수 13안타), 4타점, 2도루를 기록 중이다.
김지찬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했던 활약이다. 그는 지난 2월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빠졌다. 김지찬은 “1군에 있든, 2군에 있든 그저 열심히 하자는 생각뿐이었다. 좋은 기회가 생겨 더 열심히 달려들었다”고 말했다.
프로 입단 후 김지찬은 작은 키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김지찬은 “야구를 하면서 키를 신경 쓴 적이 없었다. 나보다 큰 선수보다 내가 더 잘하면 된다. 작은 키를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강점으로 살리면 된다”고 했다.
작은 체격을 활용한 플레이가 번트다. 김지찬은 희생번트와 기습번트 모두 능하다. 번트 상황에서 대타로 나갈 정도다. 김지찬은 “고교 시절부터 번트를 특화하기 위해 많이 훈련했다”고 말했다.
KBO리그 막내 선수의 다부진 플레이에 선배들도 마음을 빼앗겼다. 삼성 마무리 오승환(38)도 19년 후배 김지찬을 살뜰하게 챙긴다. ‘돌부처’가 김지찬을 보면 ‘아빠 미소’를 짓는다. 16일 경기에서는 김지찬이 대타로 나와 결승타를 쳤고, 오승환이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를 올렸다. 김지찬은 “상상도 못한 일이다. 선배의 대기록에 도움이 돼 기분 좋다”며 웃었다.
심지어 상대 팀 선수들도 김지찬을 예뻐한다. ‘빅보이’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1m94㎝, 130㎏)가 김지찬을 다정하게 바라보는 장면을 찍은 사진에 미국 야구팬들도 큰 관심을 가졌다. 두 선수의 모습이 마치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2m2㎝)와 휴스턴 에스트로스 호세 알투베(1m68㎝)와 닮았다고 표현했다. NC 다이노스 박석민은 김지찬에게 배트를 선물했다.
김지찬은 “선배님들이 ‘너는 야구를 잘할 것이다. 열심히 해라’고 응원해주신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하라는 조언도 해주신다. 정말 기분 좋은 일”이라며 활짝 웃었다.
프로야구는 한 달 반 동안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고 있다. 프로 선수가 되면 팬들 앞에서 뛰는 모습을 꿈꿨던 김지찬도 그 점이 아쉽다. 김지찬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선수가 되는 게 꿈이다. 관중이 가득찬 ‘라팍(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경기하는 걸 상상하곤 한다. 나는 관중이 많으면 긴장하기보단 힘이 나더라. 빨리 팬들 앞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신인 중에서 김지찬은 가장 돋보이는 야수다. 신인왕 레이스에서 KT 위즈 소형준, LG 트윈스 이민호 등 선발투수들에 비해 불리한 조건이지만 결과는 알 수 없다. 김지찬은 “신인왕은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우리 팀이 많이 이기는 게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