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예능프로그램 최고의 스타는 유재석도, 강호동도, 신동엽도 아닌 유아인이었다. 영화 '#살아있다' 개봉을 앞두고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 이슈를 홀로 장악했다. 기대 그 이상의 파급력을 입증했다.
예능프로그램에, 그것도 일상을 공개하는 리얼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 대중을 놀라게 했다. 방송을 통해 공개한 일상에서는 톱스타의 으리으리한 집을 공개하고, 고양이를 키우는 자상한 캣파파의 면모도 보여주고, 배우 유아인이 아닌 인간 유아인의 허당기를 내보였다.
유아인의 화제성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포털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 고스란히 반영됐다. 예고편이 나갈 때부터 본 방송 후까지 화제의 중심에 섰다. 예고편을 통해 몇 초간 집을 공개한 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를 모았고, 방송 다음 날까지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독차지했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부터 10위까지 유아인 관련 키워드로 가득 차기도 했다. 유아인이 머리맡에 둔 물을 마시자 '자리끼'라는 검색어가 등장했고, 다음 날 아침에는 '나 혼자 산다 재방송'이 검색어가 됐다. 이 밖에도 유아인이 무슨 차를 타는지, 집은 어디에 위치한 얼마짜리 집인지, 모든 것이 대중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네이버TV에서 유아인 출연분 영상 클립의 뷰 수는 최고 35만 이상까지 올라갔다. 1부가 12.3%(수도권 기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유아인이 등장한 2부는 14.3%로 무려 2%나 상승했다. 전체 시청률은 지난 방송 11.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에서 12.7%로 올랐다.
이는 곧 유아인의 새 영화를 향한 뜨거운 홍보 효과로 이어졌다. '나 혼자 산다' 이외에도 JTBC 영화 예능프로그램 '방구석1열'에도 출연했고,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펭TV' 녹화를 통해 펭수와도 만났다. 유아인이 '#살아있다' 홍보 과정에서 보여준 놀라운 화제성과 파급력에 동시기 경쟁작 관계자들이 "유아인을 이길 수 있는 홍보 마케팅이 없다"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다.
그간 신비주의를 지켜온 배우이기에 파급력은 더욱 컸다. 작품 활동에만 매진하며 창작 집단 스튜디오 콘크리트를 이끄는 등 다가가기 힘든 아티스트 이미지가 강했던 유아인. 대중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서며 스타 유아인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지금과 같은 변화에는 그럴만한 과정이 있었다. 사실 유아인은 최근 과도기를 거쳤다. 남들보다 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이룬 탓에 찾아온 슬럼프 같은 것이었다. 이에 대해 그는 "대구 촌놈이 서울에 상경해서 가졌던 단순하고 세속적 욕망은 거의 다 이뤘다. 목표하던 많은 바를 놀랍게도 다 성취했다. 사실 조금 재미가 없어졌다.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의 시간이 길었다. 30대의 내 그림에 대해 구체적으로 그려보지 않다가, 그런 것들이 숙제처럼 떨어졌다. 그냥 매 순간 그려지는 그림을 수렴하면서 가보자고 생각했다. 이전에도 즉흥적인 성향이었지만, 내 욕망은 상당히 뚜렷한 편이었다. 지금은 그냥 가는 것 같다. 스스로 관찰하고 느끼고 수렴하면서 진행돼 가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사뭇 달라진 유아인의 모습을 더 자주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그의 첫 장르물인 '#살아있다' 또한 달라진 유아인의 행보 중 하나다. "진지한 걸 좋아했다. 괜히 '딥'하고 이런 걸 좋아했다. 어린 배우였을 때는 그 어린 배우에게 기대하는 것이 아닌 걸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대중이) 뻔히 기대하는 것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굉장히 잘생겼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매듭이 지어지지 않았으나 30대로 등이 떠밀리고, '소년에서 어른으로'라는 수식어를 수년간 들어왔다"는 그는 "이제서야 조금 편해졌다. 그런 시기를 거치면서 과거와 작별할 수밖에 없었다. '나 혼자 산다'도 나가고, 요즘 (스스로) 그리는 그림이 좀 희한하다. 조심스러워하던 것들도 조심스럽지 않게 느껴지고,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다. 너무 진지하게 땅굴만 파는 건 재미없게 느껴진다. 흥미롭게 유아인의 새로운 지점을 인식시킬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