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 최고령 현역선수 이동국(41·전북)은 요즘 틈틈이 축구화를 벗고 ‘열공’ 중이다. 15~24일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A급 지도자 강습회에 참석해 지도자 연수를 받고 있다. 시즌이 한창이지만, 언젠가 은퇴해 지도자가 될 때를 대비해 구단 양해로 귀한 시간을 냈다. 하지만 A급 자격증을 받더라도, 국가대표팀 벤치에 앉지 못할 수도 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되려면 대한체육회가 시행을 준비 중인 전문스포츠지도자 자격증을 따로 취득해야 한다.
체육회는 5일 제46차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 규정’ 개정안을 심의, 가결했다. 핵심은 ‘종목을 막론하고 국가대표팀 지도자가 되려면 전문스포츠지도사 2급 이상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는 거다. 이사회 의결을 거쳐 시행할 예정인데, 프로 스포츠 5개 종목(축구·야구·농구·배구·골프)에 한해 적용을 2023년 1월 이후로 늦췄다.
체육회가 새 자격증 제도를 만들어 종목별 대표팀 지도자 선임을 엄격하게 하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스포츠 지도자의 폭력과 성폭력 등 범죄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다. 체육회는 2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통해 해당 자격증 소지자에 대해 매년 한 차례씩 범죄 경력을 조회할 수 있게 했다. 자격증 시험 과목에 범죄행위 예방 교육을 포함해 응시자의 경각심을 높인다는 계획도 세웠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축구계가 난색을 보이는 건 축구 쪽의 기존 자격증 시스템과 새 자격증 제도 사이에 접점이 없어서다. 축구는 국제축구연맹(FIFA) 주도로 체계적인 지도자 교육 및 관리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C급에서 시작해, B급, A급을 거쳐 최상위 P급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8년 이상 시간이 필요하고, 등급에 맞는 이론 지식과 현장 경험을 갖춰야 한다.
체육회는 축구도 예외 없이 전문스포츠지도사 코스를 이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스포츠심리, 스포츠윤리, 운동생리, 운동역학 등 엇비슷한 과목을 이중으로 수강해야 하는 축구계에서 볼 때 새 자격증 제도는 ‘옥상옥’(屋上屋, 불필요하게 이중으로 진행하는 일)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합리적인 대안은 축구계가 운용하는 자격증 시스템에 전문스포츠지도사 과목 중 ‘범죄 예방’을 포함하는 방법이다. 기존 지도자의 경우, 보수 교육을 통해 전문스포츠지도사 자격을 추가 인정하는 형태로 관리하면 된다. 이는 외국인 지도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만에 하나, 파울루 벤투(51·포르투갈)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전문스포츠지도사 2급 자격을 취득하지 못해 지휘봉을 내려놔야 한다면? 상상만 해도 난감한 시나리오다.
축구협회와 체육회가 한 자리에 마주 앉아 대화해야 한다. 현장에 불필요한 짐을 지우지 않으면서, 동시에 종목에 따른 차별이 없게 하려면, 서로 한 발씩 양보해야 한다. 양측의 전향적인 태도를 기대하며 눈여겨 지켜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