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의 팔로우 스루는 더 강한 타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증거다. 올 시즌 강백호(21·KT)의 타격은 폴로 스루(follow through)에서 배트를 제동하지 못하고 제자리 회전을 하는 장면이 잦다. 대체로 헛스윙을 하거나 파울이 나왔을 때다.
반동을 가누지 못할 만큼 힘이 실린 스윙으로 보인다. 그 탓에 욕심만 내고, '영웅' 스윙만 한다는 시선도 있다. 변화구 대처력이 부족하다고 지적받는다. 올 시즌 득점권 타격이 저조하다. 이런 장면이 나온 경기에서 KT가 패하기라도 하면 큰 비난을 받았다.
강백호는 지난 시즌보다 빠른 페이스로 10홈런 기록했고, 타구 비거리와 속도도 크게 향상됐다. 홈런은 대체로 공이 배트에 맞는 순간 직감할 수 있을 정도다. 공격적인 성향으로 인해 성급하다는 선입견도 있다. 1일 현재 타석 당 삼진은 0.17개. 10홈런 이상 기록한 리그 타자 9명 가운데 3번째로 적다.
1일에 열린 잠실 LG전까지 나선 34경기에서 타율 0.328·11홈런·31타점을 기록했다. 2018시즌은 같은 경기 수에서 타율 0.264·5홈런·20타점, 2019시즌은 타율 0.298·4홈런이다. 모든 타격 지표가 모두 좋아졌다. 정체 없이 성장 중이다.
이미 소속팀 주축 타자고, 리그 대표 타자 반열에 올라섰다. 국가대표팀 미래 4번 타자감이다. 당연히 강백호이 퍼포먼스를 평가하는 기준치도 상향 조정됐다. 그 탓에 헛스윙 뒤 마치 트리플 악셀을 하듯이 돌기까지 하면 '마음만 앞선다'는 비아냥을 듣는 것.
19일 롯데전 타격하고 있는 강백호의 모습. KT 제공 현재 강백호의 커 보이는 스윙은 오히려 겨우내 정립하고 단련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데뷔 시즌부터 발사 각도와 공격 각도에 대해 고민했고 자신의 지향점을 찾으려고 했다. 처음에는 공에 힘을 더 많이 싣는 법, 배트 중심에 맞춰서 타구 속도를 향상시키는 것에 주목했고, 2020시즌을 앞두고는 김강 타격 코치와 생각을 주고받으며 타구를 멀리 보내는 방법을 몸에 익히려고 했다.
이강철 KT 감독도 "타격 파트 코치와 겨우내 몸통 스윙을 더 잘하기 위한 훈련을 했다. 이전에는 스윙을 하고 왼손이 빨리 덮이는 바람에 파울이 되는 타구가 많았다. 강한 힙 턴을 체화하려는 스윙을 연마해 그 점을 보완하려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자신의 존에 들어온 공을 노릴 때는 극단적 어퍼 스윙이 아니지만 폴로 스루는 그 궤적이 이전보다 커지고 배트를 들어 올리는 각도도 높아졌다. 손목이 흔들리지 않도록 왼손으로도 배트를 끝까지 쥐려는 모습도 보인다. 슬라이스(우측 선상 기준으로 좌에서 우로 향하는 타구) 타구가 나와도 인플레이가 될 수 있도록 만들려는 노력이다.
타격 코치와 공감을 형성한 부분은 순간적으로 더 강한 힘을 싣는 스윙을 만드는 것. 여기에 강백호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반영해 메커니즘에 변화를 줬다. 타구를 더 멀리 보낼 수 있도록 발사각도 지난 시즌보다 높아진 달라진 모양새다.
강백호도 일부분은 인정했다. 그는 "좌타자가 오른쪽 어깨가 빨리 열리는 것은 타격 메커니즘이 좋지 않을 때 나온다. 그래서 공을 최대한 공을 잡아놓으려 한다. 안에 잡아둔 것을 인플레이 타구로 만들려면 그만큼 스윙 스피드가 빨라야 한다. 몸통 회전 운동으로 스윙 속도가 조금 빨라진 것이다"고 설명했다.
배트가 공에 맞는 순간에 이전보다 힘을 많이 주고, 폴로 스루는 커졌기 때문에 정타가 나오지 않았을 때는 제자리 회전을 하는 것이다.
프로야구 kt 위즈가 6일 오후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훈련을 실시했다. 벤치에서 훈련을 지커보는 이강철감독과 타격훈련을 준비하는 강백호가 나란히 서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2020.04.06. 이런 타격 장면은 이미 야구팬은 익숙하다. 리그 대표 3루수인 박석민(NC)의 트레이드 마크. 손가락 부상 탓에 배트를 꽉 쥘 수 없게 된 악조건 속에서 노력을 통해 자신만의 타법을 만든 케이스다. 천부적인 콘택트 능력과 탄탄한 하체의 근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가 빙그르르 도는 스윙을 하는 건 타격감이 좋다는 반증이었다.
강백호는 박석민에 비하면 더블 악셀 수준. 그러나 탄탄한 하체의 힘이 뒷받침된 스윙을 한다. 1일 LG전 7회초 무사 1·2루에서 상대한 여건욱과의 승부에서도 회오리 헛스윙이 나왔다. 배트는 허공을 갈랐지만, 하체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오해를 사는 이 장면은 더 좋은 타구를 만들기 위한 결과물이다.
득점권에서 부진한 모습은 냉정한 평가를 받는 게 마땅하다. 강백호도 변명을 하지 않았다. 1일 LG전에서 홈런과 2루타를 때려내며 4타점을 올리니 그는 경기 뒤 "득점권에서 부진하다 보니 부담이 컸고,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안 좋은 결과가 이어지다 보니 조급해졌다고.
첫 번째 슬럼프에 빠진 데뷔 시즌, 태도 문제로 비난을 받았던 2019년 8월에도 마인드 컨트롤을 잘해냈던 선수다. 그는 "4번 타자를 프로 무대에 진입한 뒤 처음 맡아봐서 아직 미숙한 게 많다. 그러나 앞, 뒤에 좋은 타자들이 있으니 혼자서 감당하려고 하지 않고 연결한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아쉬운 결과도 있고 팀의 승리를 이끈 활약도 있었다. 앞으로도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면 비난을 받을 것을 잘 안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생각이다. "더 힘든 일도 많기 때문에 이겨 나가야 한다"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