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영화의 정석, 정직한 영화의 교과서다. '동화 같은' 영화라는 표현보다는, 전래동화 한 편을 영상화 시켰다고 보는 것이 더 알맞다.
영화 '소리꾼'이 1일 정식 개봉, 본격적인 여름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조정래 감독이 2016년 '귀향' 이후 4년만에 선보이는 신작이자, 정통 고법 이수자로서 28년 동안 마음속에 간직했던 판소리 영화 제작에 대한 소망의 결실로 주목받고 있다.
'소리꾼'은 국내 최초 '판소리 뮤지컬'이라는 장르적 신선함을 무기로 한국인의 심장을 저격할만한 전통과 흥을 담아내려 노력했다. 소리꾼들의 희로애락을 아름다운 가락으로 빚어냈고, 익숙하지만 낯선 판소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때문에 '소리꾼' 역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판소리의 스토리 흐름을 고스란히 따른다. 권선징악은 명확하지만 상업영화로서 재미는 다소 미습하다. 그 아쉬움을 감동과 진정성으로 채운다.
악 수가 될 것으로 여겨졌던 캐스팅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이봉근은 신인 영화배우 타이틀에 앞선 명창의 무게감을 내뿜는다. 영화의 중심을 잡고 이끄는 힘이 대단하다. 브라운관 속 강렬한 악역 이미지에 익숙한 이유리의 새로운 얼굴도 참신하고, 아역 김하연의 존재감은 성인 배우들을 훌쩍 넘나든다. 박철민의 신스틸러 활약도 보기 좋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소리꾼'의 개봉 당일 오전 예매율은 6%. 사실상 흥행 '약체'로 분류되지만 실관람객들의 입소문을 믿어봄직하다. 오염 가득한 세상에서 탄생한 무공해 청정 영화는 잠시나마 일상의 어지러움을 잊게 만들어줄 특효약이다. 관객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들 가능성의 끈이 팽팽하다.
출연: 이봉근·이유리·김하연·박철민·김동완·김민준 감독: 조정래 장르: 드라마 줄거리: 납치된 아내를 찾기 위해 소리꾼과 그의 딸, 그리고 장단잽이, 몰락 양반 등 인물들이 조선팔도를 돌아다니며 백성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여정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19분 한줄평: 아역 치트키 별점: ●●◐○○
신의 한 수: 실제로 조선 팔도를 누빈 보람이 있다. 사극 혹은 시대극의 기대 포인트 중 하나인 풍광이 아름답게 살아났다. 조선 영조 10년, 혼란스러웠던 그 시대로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창구 역할도 톡톡히 한다. '소리'를 주인공으로 실제 소리꾼을 기용한 과감함은 두고두고 칭찬받아 마땅하다. 어설픈 따라하기는 애초부터 배제, 진짜 우리의 소리를 온전히 담아냈다. 이봉근의 목소리, 손짓, 눈빛에서 해학, 흥, 한의 민족 DNA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피터지게 쏟아낸 소리를 보고 듣는 것 만으로도 '소리꾼'의 가치는 충분하다. 곡조를 따라 몇 번 울다 웃으면 러닝타임은 훌쩍이다. 이유리가 연기한 간난 캐릭터는 그 시대가 아닌, 지금 시대가 바라는 여성상을 그려낸다. 진취적인 책임감, 불의에 맞서는 당당함이 빛난다. 연기는 아역 김하연이 다 했다. '영화를 살렸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연기와 소리 다방면에서 천재적 활약을 펼친다.
신의 악 수: 감독의 디렉팅 탓인지, 배우들의 한계인 것인지 뚝뚝 끊기는 연출적 결함을 묻히게 만든 로봇 연기의 향연이다. 애초 대중적으로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이봉근은 넓은 아량을 베풀어 스크린 데뷔 신고식으로 간주한다 치더라도, 그 외 등장하는 모든 배우들의 연기력이 하향평준화 됐다. 특히 특별출연에 가까운 김민준은 적은 분량 탓인지 유일한 악역을 맡았음에도 장면 하나 살려내지 못한 채 그저 스쳐 지나간다. 12세 관람가 등급에서 정확하게 12세를 타깃으로 한 듯한 스토리도 어쩔 수 없는 지루함을 동반한다. 나름의 반전을 꾀하지만 전혀 놀랍지 않고, 억지스러운 끼워맞추기는 겨우 겨우 붙잡고 있던 몰입도를 이탈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