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에서 전통시장 상인과 대부업체 직원 등 수십 명에게 “단기간에 높은 이자를 주겠다”며 거액의 돈을 끌어모은 뒤 이 돈을 갖고 달아난 40대 대부업체 대표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애초 피해 금액이 400억원대로 알려졌지만, 검찰이 확인한 액수만 1400억원가량인 것으로 밝혀졌다.
전주지검은 3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 등으로 전주 지역 모 대부업체 대표 박모(47)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2018년 10월 8일부터 지난 5월 18일까지 1년 8개월간 “돈을 빌려주면 원금을 보장하고 고율의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속여 자신이 운영하는 대부업체 직원과 다른 대부업체 대표 등 16명에게서 1395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피해자들이 박씨에게서 수익금을 받자마자 재투자한 금액까지 포함해 전체 피해 금액(1395억원)을 특정했다”며 “피해자의 실질적인 피해 금액은 이보다 적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박씨에게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유사수신행위란 제도권 금융기관이 아니면서 고수익을 제시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 명목으로 투자금을 끌어모으는 행위를 말한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 5월 22일부터 지난달 5일까지 전북경찰청과 각 관할 경찰서 등에 고소장을 낸 피해자는 전주 중앙시장과 모래내시장 상인, 대부업체 직원 등 71명이고, 이들이 주장한 피해 금액은 430억원이다. 경찰은 지난달 6일 오후 경기도 수원의 한 숙박업소에 숨어 있던 박씨를 체포하고 이틀 뒤 구속했다. 이후 지난달 15일 기소 의견으로 박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당시 경찰이 조사한 박씨의 사기 금액은 약 12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씨가 숨겨둔 차명 계좌를 확인했다. 거기서 피해자 2명으로부터 약 195억원을 받은 것을 밝혀내 혐의에 추가했다. 박씨는 검·경에서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박씨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전통시장 상인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
상인들에 따르면 박씨는 2018년부터 매일 1만원씩 예치해 100일이 되면 즉시 예금의 3%를 이자로 지급한다며 돈을 끌어모았다. 올해 초에는 시중 은행 금리를 훨씬 뛰어넘는 4개월에 이자 10%를 주겠다고 속여 대부업체 직원이 가족이나 지인 돈 수백만∼수천만원을 투자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상인들은 돈을 빌려주는 대부업체가 예금까지 유치한다기에 처음에는 의아해했으나 실제 박씨가 약속한 이자를 꼬박꼬박 지급하는 것을 보고 믿게 됐다고 한다. 더구나 박씨가 대부업체를 차리기 전 시장 인근 지역 은행에서 수년간 근무할 때 서로 친분을 쌓은 적 있어 상인들은 믿고 돈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시중 은행에서 저리로 대출받거나 가족과 친인척 등에게 돈을 빌려 박씨에게 투자했다고 한다. 피해 상인 중 일부는 평생 모은 거액을 투자하거나 자녀 결혼 자금으로 준비한 2억원을 건네기도 했다.
검찰은 박씨가 투자금을 빼돌린 차명 계좌를 찾아내 해당 계좌에 돈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확인 중이다. 배창대 전주지검 인권감독관 겸 전문공보관(부장검사)은 “검찰은 향후 공소 유지에 전력을 기울이고, 피해자들의 피해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