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팀 지도자와 선배들의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의 장례식장에서 협회 측이 동료 선수들과 면담을 진행하고 이 과정을 모두 영상으로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애도를 표하는 장례식장에서 협회 관계자들은 조사 차원이라는 명목으로 영상장비까지 동원해 슬퍼하는 동료 선수들을 인터뷰하는 매우 비윤리적이고 부적절한 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전 의원실에 따르면 최 선수의 장례 기간이던 지난달 26일 대한철인3종협회는 동료 선수들에게 전화를 걸어 피해 과정을 전해 듣는 등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협회 관계자가 한 선수에게 “(피해자가) 3명이 있다고 (처벌을) 덜 하고 그런 건 아니거든. (피해자가) 5명이 있다, 6명이 있다, 큰 차이는 없어, 형을 받는 데는. 무슨 이야기인 줄 알지?”라는 사건 축소를 지시하는 듯한 발언을 내뱉었다.
관계자는 이어 “법정에 가는 것도 되게 용기 되는 일인 거고 이게 진화하는 것도 되게 용기 되는 거잖아. 우리는 이것만 해도 고맙다고 생각해. 법은 법의 문제고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할 테니까”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 의원은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동료 선수들을 압박했다”며 “이는 진상규명이 아니라 자신들의 잘못을 덮기 위한 명백한 은폐 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협회 측은 사건 축소 의도는 없었고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면담 내용을 발설하지 말도록 얘기했을 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측이 최 선수의 장례식장에서 선수들과 면담을 진행하면서 이 과정을 촬영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전 의원은 “협회 관계자들이 매우 비윤리적이고 부적절한 행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우리 문제는 우리가 알아서 푼다’라는 말로 정의로운 척 위선을 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협회는 6일 오후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가해자들의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 최 선수의 동료들은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인이 가혹 행위를 당한 모습 등을 증언하거나 추가 피해 내용을 폭로할 계획이다.
2017년과 2019년 경주시청 소속으로 활동한 최 선수는 감독과 팀닥터, 선배 등으로부터 강제로 음식을 먹거나 굶는 행위, 구타 등 가혹 행위를 당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새벽 숙소에서 생을 마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윤희 제2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특별조사단을 구성했다.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양선순 부장검사)도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