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는 하늘의 별이 됐지만, 그가 만든 영화음악들은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았다.
6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엔니오 모리꼬네는 5일 밤 이탈리아 로마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91세. 낙상 사고로 대퇴부 골절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을 거뒀다.
거장의 죽음에 전 세계의 많은 이들이 애도하고 있다. 이탈리아 주세페 콘테 총리는 "우리는 마에스트로의 천재적 예술성에 감사하며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그는 음악과 영화의 역사에 잊을 수 없는 기록을 남겼다"고 추모했고, 로이터 통신은 "그의 음악은 영화보다 더 유명하다"고 추억했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192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났다. 재즈 트럼펫 연주자였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배우며 밀접하게 접했다. 학창시절에는 주로 순수 음악을 공부하며 트럼펫과 작곡을 전공했다. 학교 졸업 후인 1955년부터 영화음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때는 1964년 세르조 레오네 감독 '황야의 무법자'의 음악을 만들면서부터다. 'The ecstacy of gold' 등 지금도 회자되는 OST를 만들어냈다. 세르조 레오네 감독과는 '석양의 건맨', '석양의 무법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 '석양의 갱들' 등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다. 이탈리아 영화계의 대표적 거장 연출가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감독의 작품에도 그의 음악이 함께했다. '매와 참새', '아라비안 나이트', '살로 소돔의 120일' 등의 음악을 책임졌다.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에서 독보적인 음악 세계를 보여준 후 할리우드에서 영화음악가로 더욱 이름을 날렸다.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 오른 '천국의 나날들', '미션', '언터처블', '말레나' 등의 음악을 맡았다. 또한 '시네마 천국'은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음악 세계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으로 남았다.
유독 상과는 인연이 없었으나 거장에게 트로피가 향하지 않을리는 없었다. 2007년 7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평생공로상을 받았고, 2016년 88회 아카데미에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헤이트풀8'의 음악감독으로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한국 팬과도 만난 바 있다. 2005년 내한해 서울에서 공연을 열었고, 2011년 데뷔 50주년을 기념해 내한 공연을 개최했다.
500여 편이 넘는 영화의 음악을 만들어낸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 하늘의 별이 된 그는 영원히 기억될 음악들로 우리 곁에 살아 숨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