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애경그룹의 항공 자회사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폭로’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논란이 된 ‘셧다운·구조조정 지지’에 대해 요목조목 반박했다. 또 오는 15일까지 이스타항공이 선행조건을 해결하지 않으면 지분인수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7일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 관련 입장’을 발표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측에서 계약의 내용 및 이후 진행 경과를 왜곡 발표해 제주항공의 명예가 실추됐다“며 ”특히 양사 간 최고 경영자 간의 통화내용이나 협상 중 회의록 같은 엄격히 비밀로 유지하기로 한 민감한 내용이 외부에 유출되는 비도덕적인 일도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깊은 신뢰가 있어야 하는 기업 인수 과정에서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이스타항공 측의 행보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이 공개한 셧다운·구조조정 지시 녹취록과 관련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제주항공은 “양사 간 협의를 통해 이뤄진 운항중단 조치를 마치 제주항공이 일방적으로 지시한 것처럼 매도한 것은 당시 조업 중단, 유류 지원 중단 통보를 받아 어려움을 겪던 이스타항공을 도와주려던 제주항공의 순수한 의도를 왜곡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녹취록은 당시 대표이사의 ‘조언’이었다는 것이다.
이어 이스타항공 노조에서 구조조정의 증거라며 공개한 자료에 대해서는 “구조조정 목표를 405명, 관련 보상비용 52억5000만원이 기재된 엑셀 문서가 증거로 제시됐는데, 3월 9일 주식매매계약 직후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으로 보내준 엑셀 파일의 내용과 완전히 동일했다. 이것은 이스타항공이 이미 해당 자료를 작성해뒀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이스타항공 노조가 공개한 녹취 파일이 지난 3월 20일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와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의 통화 내용이니 10일가량 앞서 작성된 문서가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제주항공은 자신들이 이행해야 할 선행조건은 모두 완료됐다며 “이스타항공이 인수계약을 위한 선행조건 이행은 하지 않고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스타항공 창업주 일가의 지분헌납에 대해 “이스타 홀딩스 보유 지분에는 제주항공이 지불한 계약금과 대여금 225억원에 대한 근질권이 이미 설정돼 있어 이스타 측이 제주항공과 상의 없이 지분 헌납을 발표할 권리는 없다”며 “게다가 실제로 지분 헌납에 따라 이스타항공에 추가로 귀속되는 금액은 언론에 나온 200억원대가 아닌 80억원에 불과해 체불임금 해결에는 부족한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제주항공은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3일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을 만나 인수·합병의 성사를 당부했지만, 당초 코로나19 시국에 이스타항공 인수를 우려하던 채 부회장이 제주항공의 분위기를 뒤집지는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 요구했던 “10영업일 이내에 선행조건 해소”에 거듭 초점을 맞추며 이행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제하겠다고 반복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측의 입장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날 이스타항공 노조는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스타항공 파산으로 내모는 제주항공 규탄, 정부 당국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항공이 인수를 거부하고 파산으로 내몬다면 제주항공에 책임을 묻기 위해 나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