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53) 두산 감독은 한창 불펜진이 고전하던 5월 중순에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는 시점부터는 나아질 것이다"고 했다. 6월을 전환점으로 예고했다. 실제로 아킬레스건 부상을 털어낸 우완 강속구 투수 김강률(32)이 1군에 콜업됐고, 2018시즌 팀 내 홀드 1위(17개)를 기록했던 박치국(22)의 컨디션도 나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정상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지원군으로 여겨졌던 곽빈(21)과 김명신(27)은 지난주까지 1군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박치국은 다시 컨디션 난조에 빠지며 지난달 27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뒤 열흘 동안 조정기를 가졌다.
김강률도 1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75에 그쳤다. 시속 147~8㎞에 육박했던 빠른 공의 평균 구속이 140㎞대 초반에 머물자 스트레스가 컸던 모양새다. 김태형 감독이 밸런스 회복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4일 2군행을 지시받았다.
김태형 감독은 현재 엔트리에는 추격조 역할을 하며 2이닝 이상 막아줄 수 있는 투수가 필요하다고 봤다. 2년 차 좌완 이교훈(20), 3년 차 우완 김민규(21) 등 젊은 투수들이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우완 채지선(25)만 경쟁력을 증명했다. 결국 이닝 소화로 부담을 주지 않으려 했던 베테랑 좌완투수 이현승(37)을 다시 콜업했다.
두산 불펜진은 6월 한 달 동안 평균자책점 4.32를 기록했다. 7.58이던 5월보다는 향상된 수치다. 이적생 홍건희(28)가 기대보다 좋은 투구를 했고, 우완 사이드암 투수 최원준(26)도 5월보다 컨디션이 향상됐다. 그러나 여전히 고정 필승조를 만들지 못했다.
마무리투수 함덕주는 안정감이 있다. 두산은 2019시즌 마무리투수 이형범(26)이 개막 초반에 부진하자 5월 둘째 주부터 1인 체제 가동을 멈췄다. 기복 없이 좋은 투구를 이어간 함덕주가 이내 그 자리를 꿰찼다. 지난주까지 등판한 21경기에서 3승·8세이브·2홀드·평균자책점 2.38을 기록했다.
리드를 잡거나 박빙 상황에서 등판한 우완 윤명준(31)과 홍건희 그리고 채지선이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의 승리 의지가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순간은 함덕주를 8회 투입할 때다.
선수는 기대에 부응했다. 상대의 공격 흐름을 끊었다. 6월 27일 NC전이 대표적이다. 3-3 동점 상황이던 8회초 1사 1·3루 상황에서 등판해 상대 간판타자 나성범을 몸쪽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유도해 삼진 처리했고, 만루 위기가 이어진 뒤 승부한 애런 알테어에게도 삼진을 잡아냈다.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시선도 있다. 함덕주는 지난 3일 한화전에도 1-1 동점이던 8회초 1사 2·3루 상황에서 등판했다. 임무 완수. 그러나 1⅓이닝을 소화했다. 21경기에서 9번은 1이닝 이상 소화했다. 김태형 감독도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올리고 싶은데 잘 안 된다"고 했다. 부담감을 이겨내고 꾸준히 잘 해주고 있는 선수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확실하게 리드를 지켜내기 위해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를 투입했다. 정석이다. 혹사도 아니다. 6월 연투는 1번뿐이다. 등판 관리도 잘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함덕주가 1이닝 이상 소화하거나, 8회 등판하는 상황이 줄이는 운영이 필요하다.
이닝 소화가 많으면 피안타율과 실점 확률도 높아진다. 현재 좋은 밸런스가 흔들릴 여지가 있다. 누적 피로가 순위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리그 최고 마무리투수 정우람(한화)도 1이닝 이상 막는 빈도가 높던 2018시즌 8, 9월 7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결국 승리와 마무리투수 관리를 모두 해내는 방법은 내실 강화뿐이다. 김태형 감독이 등판 안배를 고려할 수 있도록 다른 불펜투수들이 정상 컨디션을 찾아줘야 한다. 7, 8회 1이닝씩을 확실하게 맡아줄 수 있는 투수가 필요하다. 윤명준, 이형범 등 기존 셋업맨뿐 아니라 다른 투수도 분전이 필요하다.
두산은 7일 잠실 LG전에서 홍건희가 8회초에 마운드에 올라 세 타자만 상대하며 이닝을 마쳤다. 함덕주는 4점 앞선 9회 시작과 동시에 마운드에 올라 1점을 내줬지만, 리드를 지켜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