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펜데믹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나갈 수 없게 되자 지난해 해외 촬영을 염두해 제작한 작품들이 모두 '올스톱'을 외친다.
2021년 tvN 기대작 'HERE'는 올해는 물론 조합된 캐스팅으로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제작 무산의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함이다. 'HERE'는 국제적 비영리 민간단체 NGO 이야기를 다룬다. 평소 깊이 있는 사회적 메시지와 함께 비영리 민간단체에 대해 관심이 높았던 노희경 작가의 작품이자 이병헌·한지민·신민아·배성우·남주혁 등의 드림 캐스팅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해외 출국이 불가능한 현 시국으로 인해 제작이 무기한 연기됐다. 드라마 스토리 및 전개상 일정 분량 해외 로케이션 촬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일정을 조율한다는게 제작진의 입장이나 다섯명이 다시 모일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쉽지 않아 보인다. 주연진 모두 쏟아지는 영화·드라마 대본만 수십권. 차기작이 속속 정해지고 있는 상황에 'HERE'로 발목 잡힌 시간을 감안하면 더욱 움직임이 빨라질 수 밖에 없다. 더욱이 남주혁은 내년부터 군 입대를 염두해야하기 때문에 다섯명 모두 'HERE'로 모이는 것은 사실상 무산된 것과 다름없다. 아예 내용을 바꿔야한다는 소리도 있지만 이는 불가능. 노희경 작가가 이미 오래 전부터 계획한 아이템으로 'HERE'라는 제목을 둔 노희경의 드라마라면 변경이 힘들다.
송중기를 주인공으로 한 tvN '빈센조'도 발등에 불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빈센조'는 조직 간 전쟁으로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도망 온 마피아 콘실리에리가 관종 변호사를 사랑하며 악당의 방식으로 정의를 구현하는 이야기다. 주인공인 송중기가 극중 이탈리아 변호사 빈센조 까사노(한국이름 박주형)를 연기하고 어린 시절부터 그려져 이탈리아 로케이션이 필수. 제작진은 끝까지 이탈리아 촬영을 고집했지만 현지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기에 더이상 고집만으로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 대본을 전면 수정하고 설정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송중기는 발목이 잡힌게 하나 더 있다. 1990년대 콜롬비아에 이민을 떠난 청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보고타'를 일부 촬영하고 나머지 콜롬비아 촬영을 기다렸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결국 내년으로 연기됐다. 남미에서의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내년에 촬영을 재개하기로 결정, 아직 정확한 일정은 나오지 않았으며 상황을 지켜보고 일정을 정할 예정이다.
하늘길이 완전히 막힌 건 아니다. 영화 '교섭'은 해외 촬영을 진행한다. 중동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 사건을 소재로 한 '교섭'은 당초 지난 3월 요르단에서 크랭크인할 예정이었으나 현지 정부가 한국인 입국을 금지시키면서 연기됐고 이달 재개한다. 요르단 촬영이 가능했던 이유는 코로나19 사태 속 한국의 모범적인 방역 체계에 대한 신뢰도가 쌓여 요르단 정부가 허락한 것이다. 현빈·황정민 등과 스태프들은 이달부터 차례로 출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