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송범근이 빈 골문을 향해 질주하는 상주 문선민을 저지하고 있다. 경기 후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는 해당 장면에 대해 정심(페어 태클)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JTBC GOLF&SPORTS 중계화면 캡처 지난 5일 상주시민운동장. 상주 상무와 전북 현대의 경기가 펼쳐졌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후반 추가시간까지 상주가 1-0으로 '거함' 전북에 앞서고 있었다. 다급했던 전북은 골키퍼 송범근까지 상주 골문으로 올라와 공격에 가담했다. 그러다 상주 역습이 펼쳐졌고, 문선민이 공을 잡아 뛰었다.
전북 골문이 비어있는 상황. 송범근은 문선민에게 달려와 태클을 시도했다. 문선민이 넘어졌고, 상주의 결정적 득점 기회도 사라졌다. 여기서 의아한 장면이 나왔다. 주심은 파울을 선언하지 않고 경기를 진행했다. 상주 벤치는 분개했다. 논란의 시작이다.
많은 축구팬이 분노에 가까운 의문을 던졌다. 분명 송범근의 태클은 뒤늦게 들어갔다. 공을 건드리지 못했으며, 문선민은 넘어졌다. 평균적인 시각으로는 100% 파울, 퇴장이다. 기자 역시 경기인이 아니기에 그렇게 봤다.
그래서 전문가에게 물었다. K리그1(1부리그)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는 축구인들이다.
A씨는 "내가 봤을 때 100% 퇴장이다. 영상을 몇 번 돌려서 봤다. 태클이 늦게 들어왔고, 볼은 건드리지 못했다. 골키퍼가 골문을 비우고 나왔다. 문선민을 막지 못했다면, 실점 상황이다. 당연히 퇴장이다. 왜 비디오판독(VAR)을 하지 않았는지 의아하다"고 했다.
B씨도 "명백한 퇴장감이다. 이게 퇴장이 아니면 뭐가 퇴장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축구 경기인 출신들이 퇴장이라고 확신했다. 혹시 전문적으로 심판 교육을 받은 심판들만 볼 수 있는 장면이 있었던 걸까. 심판에게 물었다.
심판 자격증이 있고 심판 경험이 있는 C씨는 "100% 퇴장이다. 이견이 있을 수 없는 장면이다. 심판위원회가 열렸다면 만장일치로 오심으로 결론내야 할 상황이다. VAR은 왜 안 했나. 심판들이 실수를 인정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뜨거운 오심 논란 속에서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 심판위원회는 'NO'라고 답했다. 심판위원회는 7일 6명이 참석하는 소위원회를 열어 이 장면을 분석, 정심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심판위원회의 공식 입장을 들어봤다.
"송범근이 자연스럽게 미끄러지면서 나온 상황이다. 문선민이 내려오는 동작에서 송범근 발을 밟아 균형을 잃었다. 영상을 분석한 결과, 송범근의 발이 문선민 신체에 부딪히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문선민이 송범근 발 위에 착지하면서 넘어지는 장면이다. 송범근이 발을 걸었다면 퇴장이 맞다. 영상을 자세히 보면 송범근이 발을 걸지 않았다. 발에 걸려 넘어지는 장면은 영상에 없다. 물론 이견이 있을 수 있다. 100% 완벽하지는 않은 결정이다. 소위원회 6인 중 이견을 낸 이도 있었다.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주심의 의견과 소위원회의 의견을 모두 합쳐 '페어 태클'로 결정했다. 이견이 있는 것은 심판위원회가 감수할 일이다."
심판위원회의 친절한 설명에도 의구심은 가시지 않는다. 심판위원회를 제외한 축구인 중 이를 수긍하는 사람이 드물다. 논란의 판정일수록 과정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브리핑이다. 이미 축구협회는 시즌 개막 전 '판정 이슈에 대한 브리핑 활성화'를 약속했다. 심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오심에서 비롯되기도 했지만, 팬이나 언론·구단과의 소통을 소홀히 한 탓도 있다고 축구협회는 평가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논란이 되는 판정 이슈가 발생하면 심판위원회가 직접 브리핑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지금껏 단 한 번도 공식 브리핑을 한 적이 없다. 송범근 판정에 대한 브리핑 계획을 묻자 축구협회는 "해당 건으로 브리핑을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