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연이어 금융권을 강타한 '사모펀드 잔혹사'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어 주목된다. 신한·하나·우리은행은 불완전판매 논란을 일으킨 DLF(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사태와 1조원대 투자 피해가 우려되는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 최근 불거진 옵티머스 펀드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KB국민은행이 선제적 대응으로 화를 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대처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 금융투자협회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올해 5월 말 사모펀드 판매잔액은 7조4777억원으로 전월 대비 1094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사모펀드 판매잔액이 늘어난 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KB국민은행이 유일하다.
4대 은행 가운데 우리은행의 사모펀드 판매잔액은 급감해 4월 3조5498억원에서 5월말 3조459억원으로 5039억원 줄었고, 올해 4월 신한은행의 사모펀드 판매잔액은 3조9269억원이었는데 5월 3조6796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도 하향세가 상대적으로 완만하긴 했지만 사모펀드 판매잔액이 줄었다. 4월 말 2조6189억에서 2조5050억원으로 하락했다.
이유를 하나로 단정하긴 어렵지만 DLF·라임 사태 이후 사모펀드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확대되면서 국내 사모펀드 시장 성장세가 둔화한 영향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런 가운데 KB국민은행은 DLF·라임 등 잇단 악재를 비껴가며 사모펀드 판매잔액을 높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라임 건과 관련해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제안서를 받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됐던 라임자산운용의 상품들을 팔기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KB국민은행은 기초자산 운용의 투명성, 매니저 역량, 사후관리 시스템 등 총체적인 측면에서 라임 펀드가 은행 판매상품으로는 조건이 미달한다고 봤다.
KB국민은행도 지난해 DLF를 판매했다. S&P500 지수와 유로스톡스 50지수, 미국 국채 이자율 스와프(CMS) 10년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리버스 상품이었다. 리버스 상품은 주가가 미리 정해놓은 하락폭 이하로만 하락하지 않으면 주가지수가 일정 부분 하락해도 약속한 금리를 지급하는 상품이다. 하지만 유럽 및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짙어졌다는 판단 아래 판매를 중지했다.
이에 대해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불완전판매 논란에서 피해간 것은 맞지만, 사모펀드 관련 이슈는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것이라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을 아꼈다.
KB국민은행이 연달아 터진 불완전판매 피해 사태를 비껴가자,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말 KB국민은행 실무진을 불러 ‘사모펀드 대란’에 대한 대처 방법을 연구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금융권 최대의 이슈이던 DLF 사태부터 1조6000억원대 피해를 낸 라임자산운용 사태, 옵티머스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등으로 신한·하나·우리은행이 곤욕을 치르는 동안 ‘사모펀드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당국에서 나서서 금융사의 케이스를 연구하는 일이 흔하지 않다”며 “연구 결과를 금융권이 공유해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