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지난 12일 열린 K리그1(1부리그) 11라운드 대구 FC와 경기에서 3-1 완승을 거뒀다. 이번 승리로 울산은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먼저 승점 26점을 쌓은 울산은 리그 1위 자리를 탈환했다. 11라운드에서 성남 FC와 2-2 무승부를 거둔 전북 현대는 승점 25점에 멈췄고, 순위도 2위로 떨어졌다. 특히 7경기 연속 무패 행진(5승2무)을 달리던, 최고의 상승세를 가진 대구를 상대로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이며 '우승후보'의 면모를 드러냈다.
또 울산은 3골 폭죽을 터뜨리며 올 시즌 3골 이상 넣은 경기를 6경기로 늘렸다. 팀 득점은 26골로 독보적 1위다. 평균 2골 이상을 몰아넣고 있다. 2위 그룹인 포항 스틸러스와 대구가 22골이다. 4골 이상 넣은 경기도 3경기나 된다. 타 팀을 압도하는 폭발력이다. 이런 힘을 가진 울산은 2020시즌 '닥공'의 주인공으로 손색이 없는 모습이다.
울산이 '닥공'을 해낼 수 있도록 만든 주역들이 있다. 울산 감독 부임 초반 '수비적 축구'라는 부정적 시각을 받았던 김도훈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화끈한 공격 축구를 선언했다. 말로 그치지 않고 골과 경기력으로 제대로 증명하고 있다. K리그1 최고의 공격적 스쿼드를 꾸린 울산의 힘이기도 하다. 주니오, 김인성 등 기존 멤버에 이청용이라는 커다란 날개를 품었다. 김태환이라는 공격적 풀백도 건재했다. 단연 '닥공'의 중심에는 브라질 특급 공격수 주니오가 있다. 그는 올 시즌 역대 최고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11경기 출전해 14골을 넣었다. 경기 당 1골 이상을 넣고 있는 셈이다. 올 시즌 K리그 최초의 해트트릭의 주인공도 주니오다. 득점 공동 2위는 세징야(대구)와 일류첸코(포항 스틸러스)의 7골. 주니오는 2위 그룹을 두 배 차이로 달아났다. 압도적인 흐름이다.
득점 1위가 주니오라면 도움 1위는 김인성이다. 그는 6개의 도움을 올리며 2위 그룹 김승대(강원 FC) 손준호(전북)의 4개를 넘어섰다. 한 팀에 득점 1위와 도움 1위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닥공'이다. 여기에 '블루드래곤' 이청용도 3골1도움을 올렸다. 그는 공격적인 힘을 보태며 클래스를 입증하고 있다.
김 감독은 1위를 탈환한 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순위표 가장 위에 있도록 하겠다. 올해는 선수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청용은 경기를 리드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주니오는 골로 이야기를 한다"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닥공'이 새로운 주인을 찾는 사이 원조 '닥공'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닥공'은 전북으로부터 시작됐다. 2009년 전북이 사상 첫 K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그들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닥공'이었다. 숫자가 그들이 얼마나 무서운 공격을 퍼부었는지 말해준다. 2009년 첫 우승을 차지한 후 2019년까지 총 7번을 우승하면서 최다 득점을 기록하지 못한 해는 단 한 번이었다. 나머지 6회는 모두 최다 골을 폭발시키며 우승컵을 품었다. 2009년(62골) 2011년(71골) 2014년(61골) 2017년(73골) 2018년(75골) 2019년(72골)까지 6회 우승을 득점 1위와 함께 마무리 지었다. 단 한 번 2015년(57골) 우승을 차지할 때 득점 2위를 기록했다. 당시 1위는 60골을 넣었던 수원 삼성이었다.
이런 전북이 올 시즌은 힘이 빠진 모양새다. 2020년 11경기에서 넣은 골은 17골. 울산과 격차가 크고 포항과 대구에도 뒤진 4위다. 경기력적인 측면에서도 '닥공'과 거리가 먼 모습이다. 시원한 공세는 사라졌고, 다득점 승리도 없어졌다. 가까스로 1골 차 승리가 가장 많다. 3골 이상 골을 넣은 경기도 1경기에 불과하다. 팀 전체적으로 공격적 파괴력이 줄어들었다. 과거 전북의 득점왕 이동국이나 현재 울산의 주니오처럼 득점왕 경쟁을 주도하는 확실한 킬러가 없다는 것 역시 '닥공'이 실종된 이유 중 하나다. 호세 모라이스 감독의 전술적 철학이 '닥공'과는 어울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닥공'의 창시자이자 공격적으로 특화된 전술을 추구한 최강희 전 전북 감독과 다른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