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롯데전 9회초에 등판한 송명기가 경기를 마무리한 후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김종문 NC 단장은 송명기(20)의 입단 첫 피칭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어딘가 모르게 투구 폼이 달라져 있었다. 장충고 재학 시절 보여줬던 스리쿼터가 아닌 오버스로우에 가깝게 공을 던졌다. 팀 훈련에 공식 합류하기 전 '더 잘해보겠다'며 투구 폼에 손을 댄 결과였다.
김 단장은 "높은 곳에서 공을 때리면 더 좋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키가 191㎝로 큰 송명기는 오버스로우를 할 경우 다른 투수보다 릴리스 포인트가 높은 쪽에 형성된다. 그 결과 변화구 각이 더 커진다. 위에서 아래로 공을 찍어 누르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생소한 '옷'이었다. 건대부중 재학 시절 사이드암 투수였던 송명기는 장충고 진학 이후 스리쿼터로 전환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이후 오버스로우로 공을 던져본 경험이 많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투구 폼을 바꾸니 투구 밸런스가 무너졌다. 고교 시절 최고 시속 150㎞까지 찍히던 직구도 자취를 감췄다.
프로 첫 시즌인 2019년은 과도기였다. 오버스로우를 장착한 뒤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 5월 10일 창원 두산전에 등판해 1군 선발 데뷔전을 가졌지만 2⅓이닝 3실점에 그쳤다. 2군 평균자책점도 5.69(20경기·55⅓이닝 35자책점)로 높았다.
송명기는 올해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결단을 내렸다. 투구 폼을 스리쿼터로 다시 전환했다. 그는 "코칭스태프에서 가장 편한 폼으로 던져보라고 하셨다. 팔을 살짝 내렸는데 그 동작이 힘을 받을 수 있는 폼"이라며 "나한테는 (스리쿼터가) 잘 맞는다. 위에서 아래로 쓰는 회전보다 옆으로 쓰는 회전을 잘 받아 더 나은 느낌이다. 구속도 작년보다 많이 올랐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지난 5일 KIA전 투구하는 송명기의 모습. NC 제공 변화는 데이터에 측정된다. KBO 공식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송명기의 릴리스 포인트는 지난해 지면(직구 기준)에서 164㎝ 떨어진 곳에 형성됐다. 올해는 158㎝까지 내려갔다. 투수를 기준점 '0'으로 봤을 때 오른쪽 58㎝ 옆에 형성됐던 릴리스 포인트가 86㎝까지 이동했다. 팔의 높이가 그만큼 낮아졌다는 의미다. A 구단 데이트 분석 담당자는 "이 정도 수치면 사실상 사이드암 투수에 가까운 느낌이다"고 했다.
어울리는 '옷'을 입으니 덩달아 구속도 올랐다. 직구 평균구속이 시속 143㎞에서 145㎞로 향상됐다. 시속 148㎞까지 찍히던 직구 최고구속은 151㎞/h까지 나온다. 직구 피안타율이 1할에 불과하다. 힘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게 가능해졌다. 시즌 두 번째 1군에 등록된 지난달 12일 이후 군더더기 없는 모습이다. 최근 10경기(13일 기준)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0.93(9⅔이닝 1자책점)을 기록했다. 그는 "피하지 않고 정면승부를 하는 게 통하는 것 같다"고 했다. 팔 높이를 내리자 구속이 올라갔고 자신감으로 연결됐다.
이동욱 NC 감독은 "송명기는 좋은 자질을 갖춘 선수다. 코칭스태프가 특정 방법으로 던지는 것을 지도한 것보다 본인이 편하게 던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자신의 투구를 하도록 했다. 선수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만들어 가고 있다"고 흡족해했다.
장충고 시절 수준급 선발 자원으로 주목받았다. 김종문 단장은 "오른손 구위 있는 투수가 팀에 필요했다. 송명기는 하드웨어가 좋고 빠른 공을 던졌다"고 했다. 김 단장은 송명기의 변화를 가장 반기는 관계자 중 하나다. 그는 "과거의 폼으로 해서 구속이 잘 나오니까 네가 가장 잘 맞는 거로 하라고 했다. 구위가 있는 투수는 구위가 살아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게 자신감"이다고 했다.
스리쿼터에서 오버스로우로 전환. 다시 스리쿼터로 돌아온 송명기. 팔을 내리니 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