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롯데가 내세운 선발 라인업은 파격적이었다. 이대호, 전준우, 손아섭, 안치홍 등 주전 타자 중 절반이 빠졌다. 허 감독이 설명한 이유는 ‘체력 안배’였다. 팀 야수 절반 이상이 30대인 만큼 시즌을 길게 보겠다는 것이었다. 이날 롯데 선발투수는 올 시즌 승리가 없는 장원삼이었고, 상대는 구창모였다. “경기를 포기한 거냐”는 질타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시즌 초반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허 감독 철학은 확고하다. 야간 홈경기의 경우 선수단 출근 시간은 대개 오후 2시 무렵이다. 허 감독은 간혹 오후 5시로 늦춘다. 원정 마지막 경기 때도 집합시간을 늦춘다. 올해는 올스타 휴식기가 없고 더블헤더가 잦다. 강행군을 버티려면 체력을 아껴야 한다는 거다. 허 감독은 1일 경기 선수 기용도 그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투수 운용 기조도 비슷하다. 올해 선발에서 마무리로 전향한 김원중을 허문회 감독은 철저하게 관리한다. 지난달까지 이틀 이상 연투한 건 세 차례다. 1이닝을 넘긴 것도 두 경기뿐이다. 동점 상황에서는 거의 내보내지 않았다. 자신이 믿는 선수에게는 아무리 부진해도 꾸준히 기회를 준다. 3루수 한동희, 포수 김준태가 대표적이다.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롯데 성적은 어느새 8위까지 내려갔다. 비판이 거세다. 선수 체력을 관리한다면서, 정작 유격수 딕슨 마차도와 구원투수 박진형·구승민은 무리하게 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허 감독은 묵묵히 밀어붙였다.
이제는 달라질 것 같다. 허 감독이 변화를 선언했다. 시즌 60번째 경기부터는 불펜 운용을 바꾸겠다는 거다. 허 감독은 “질 때, 이길 때, 점수 차에 따른 투수 기용이 지금까지와 달라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롯데는 15일까지 58경기(28승30패)를 치렀다. 본격적인 순위 경쟁에 뛰어들겠다는 뜻이다.
허 감독이 승부수를 던진 건 중위권과 격차가 크지 않아서다. 4위 KIA 타이거즈와 승차가 4다. KIA, LG, 삼성, KT, 롯데 등이 중위권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싸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허 감독의 행보는 ‘고집’일까, ‘소신’일까. 바깥의 평가도 둘로 갈린다. 어느 쪽이든, 롯데처럼 강성 팬을 둔 팀에서 사령탑으로서 중심을 잡으려면 강단이 필요하다는 얘기인 셈이다. 1년 차 감독 허문회의 뚝심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