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54) KT 감독이 말하는 김강(32) 타격 코치의 매력이다. KT 타선의 뜨거운 공격력에는 김 코치의 지분이 상당히 크다.
KT는 올 시즌 59경기에서 팀 타율 0.298를 기록했다. 두산(0.301)에 이어 10개 구단 중 2위다. 14일 현재 KT 주전 라인업에는 3할 타자가 6명이 포진하고 있다. 3할2푼 이상을 기록 중인 타자는 4명이나 된다.
14일 수원 한화전을 앞두고 만난 이 감독은 "전광판에 숫자 '3'이 많아 보이긴 했다. 그래도 (3할 타자가) 6명이나 되는 줄 몰랐다. 난 투수 운영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데, 타자들이 이렇게 잘해주니 고마울 뿐"이라며 웃었다.
이 감독은 김 코치에게 공을 돌렸다. 이 감독은 "타격 코치가 정말 잘하는 것 같다.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도 감탄하더라. (김 코치보다 나이가 많은) 고참 선수들도 같은 생각이더라. 선수들이 따르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88년생 김 코치는 KBO 리그 1군 최연소 타격 코치다. 2006년 세계 청소년야구 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끈 주역이고, 2007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에 한화의 지명을 받은 유망주였다. 그러나 재능을 꽃피우지 못했다. 통산 1군 출전이 30경기뿐이다. 2017년부터 두산 2군에서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제 4년 차 지도자다. 무명의 젊은 코치는 현재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선을 이끌고 있다.
이 감독은 지난해 KT 지휘봉을 잡으면서 김 코치를 영입했다. 이 감독이 두산 2군 감독을 맡았던 시절 눈여겨봤다. 김 코치의 두 가지 장점을 알아봤다. 공부하는 지도자라는 점, 그리고 선후배 사이에서 뛰어난 친화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김 코치는 데이터 기획팀과 전력 분석팀이 제공하는 분석 자료를 최대한 활용한다. 치열하게 연구한 뒤 의문이 생기면 전력 분석팀, 선수들과 토론한다. 항상 태블릿 PC를 소지하며 여러 사람과 소통한다.
올 시즌 KT는 경기 시작 30분 전부터 실내 훈련장에서 전력 분석 회의를 연다. 원래는 그라운드에서 토스 배팅을 하는 시간이었다. 경기 시간을 앞둔 가장 중요한 시간에 스윙 대신 데이터를 선택한 것이다. 김 코치로 인해 선수단 루틴이 달라졌다.
올 시즌 타구 속도가 크게 향상된 KT 외야수 배정대(25)는 김 코치를 은인으로 여긴다. 6월 말부터 타격감을 되찾은 황재균은 "(슬럼프에 빠졌을 때) 김 코치가 '타격 자세에는 문제가 없으니 결과에 연연하지 말자'고 하더라. 이 점이 큰 도움이 됐다"며 '후배' 타격 코치를 치켜세웠다.
김 코치는 강백호의 타격 지향점 설정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는 "이승엽 선배가 왜 최고였던 것 같은가"라는 질문으로 강백호와 대화를 시작했다. 둘은 더 강한 타구를 만드는 타격 메커니즘에 대해 끊임없이 토론했다. 몸통을 극단적으로 돌리는 강백호의 스윙을 경계하면서, 타구에 힘을 싣는 방법을 연구했다.
김 코치는 KT 유니폼을 입자마자 '꼰대' 문화를 경계했다. 선수들과 마음의 벽을 허물고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했다. 선수들이 자신에게 편하게 다가오도록 애쓰고 있다. 그도 스스럼없이 감독에게 다가선다. 이 감독도 "김 코치와 대화하면서 배우는 게 있다"고 했다.
김 코치는 다양한 방법으로 선수와 소통한다. 그의 USB만 봐도 흔적들이 보인다. 그는 선수들이 좋아하는 음악 파일을 개인별로 분류해놨다. 휴대용 스피커를 갖고 다니면서 타격 훈련 때 틀어준다. 덕분에 KT 타자들은 원정 경기에서도 자신의 응원가를 들으며 훈련할 수 있다.
상대와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을 보이는 김 코치의 장점을 특정할 순 없다. 그러나 이 감독 말대로 '뭔가' 있는 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