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 데뷔한 이정후(키움·22)는 '완성형 타자'에 가깝다는 극찬을 받았다. 첫해 179안타를 때려냈다. 1994년 작성된 고졸 신인 최다안타(134개·김재현)와 신인 최다안타(157개·서용빈) 기록을 23년 만에 모두 갈아치웠다. 높은 출루율을 바탕으로 신인 최다득점(111·종전 유지현 109득점) 기록까지 경신했다. 흠잡을 곳 없는 성적이지만 보완점이 없던 건 아니다. 장타가 부족했다.
첫 시즌 이정후의 장타율은 0.417이다. 규정타석을 채운 46명 중 43위. 2년 차인 2018년 0.477로 상승했지만 리그 평균(0.498)보다 낮았다. 지난해에는 0.456로 전년 대비 소폭 하락했다. 홈런도 매년 2개→6개→6개로 적었다. 다만 통산 타율(0.338)이 워낙 높아 장타력의 아쉬움을 채우고도 남았다. 자칫 장타 욕심을 내다 타격 밸런스가 깨질 위험도 있었다. 키움 코칭스태프에서도 이정후에게 장타를 강요하지 않았다.
자신의 생각은 달랐다. 이정후는 올 시즌을 앞두고 모험을 걸었다. 더 많은 장타를 때려내기 위해 트레이닝 파트와 협의하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힘을 길렀다. 그는 "시즌 전 트레이닝 파트에서 2~3년 기간을 두고 몸을 만들자고 제안했다"며 "강한 타구를 만들기 위해 힘을 기른 것도 있다. 올 시즌은 휴식기 없이 일정을 소화해야 해서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15일까지 기록한 장타율이 0.617이다. KT 멜 로하스 주니어(0.719)에 이어 리그 2위. 에런 알테어(NC·0.612) 로베르토 라모스(LG·0.602)를 비롯한 쟁쟁한 외국인 홈런 타자보다 장타율이 더 높다. 데뷔 후 3년 동안 단 한 번도 5할대 장타율을 넘어선 적이 없는데 올해 단숨에 6할대 장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놀라운 발전이다.
이건우 키움 트레이닝코치는 "비시즌에 근력 운동을 중심으로 힘을 키웠고 유연성도 강화했다. 시즌이 시작된 후에는 유연성 운동을 하면서 근력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부상 없이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성실히 훈련하는 모습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거 같다"고 했다.
단순히 장타율만 올라간 게 아니다. 타율이 0.363으로 리그 3위. 국내 선수 중에선 1위이다. 장타가 많아지면 보통 삼진이 비례할 수 있지만, 이정후는 다르다. 삼진(20개)보다 더 많은 볼넷(25개)을 골라낸다. 장점인 콘택트 능력을 유지하면서 장타율까지 급증하니 투수의 숨이 막힌다.
강병식 키움 타격코치는 "장타력이 좋아지면서 상대한테 주는 위압감도 커졌다. 팀 입장에서는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는 타자가 중심 타선에 있으니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흡족해했다.
손혁 키움 감독은 올 시즌 이정후를 3번 타순에 기용한다. 테이블 세터와 4번 타자를 연결하는 역할이다. 상황에 따라 단타와 장타를 자유자재로 쏘아 올리니 타선의 화력이 극대화된다. 강 코치는 "소속 선수를 평가하라면 좋은 이야기만 할 수밖에 없어 조심스러워진다. 그래도 굳이 평가하라면 최고의 선수라고 말하고 싶다"며 "지금도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만 보여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타고난 컨택트 능력에 '장타' 퍼즐을 끼운 이정후. 누구도 공략하기 힘든 진짜 '완성형 타자'로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