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 A씨가 서울시 내부에 고통을 호소하며 인사이동을 요청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직속 상관인 역대 비서실장에 대한 책임론이 일고 있다. 그러나 A씨가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 4년간 거쳐간 5명의 비서실장 중 누구도 "관련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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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수차례 피해 호소…“부서 옮겨달라”
16일 피해자 A씨의 지원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A씨가 2016년 1월부터 매 반기별 인사이동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좌절된 끝에 2019년 7월 근무지를 옮겼다"고 증언했다. 또 "2020년 2월 다시 비서 업무 요청이 왔을 때도 인사담당자에게 '성적 스캔들 등 시선이 있을 수 있으므로 고사하겠다'고 얘기했지만, 인사담당자는 문제 상황을 파악조차 하지 않았다"고 했다.
"A씨가 서울시 내부에 지속적으로 피해를 알렸다"는 주장은 앞서도 제기됐다. 지원단체는 지난 13일 첫 기자회견 당시에도 "성적 괴롭힘에 대해, 피해자는 ‘비서관’에게 부서를 옮겨 달라고 요청하며 언급한 적이 있었다"며 "동료 공무원도 (박 전 시장으로부터) 전송된 사진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 발언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해자가 비서실 직원을 포함한 인사권자 등에게 피해를 알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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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기간 비서실장 5명, “몰랐다”
이 때문에 피해자가 속했던 비서실 책임자인 비서실장의 책임론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먼저 피해자 측이 처음으로 인사이동을 요청했다고 주장한 2016년 1월은 서정협 현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비서실장으로 있던 시기다. 서 시장은 2015년 3월~2016년 7월까지 1년 4개월간 비서실장으로 재직했다. A씨가 처음 비서실로 발령받은 2015년 7월도 서 권한대행의 임기 중이었다.
그러나 서 권한대행이 성추행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서 권한대행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그는 15일 기자단에 문자를 보내 "비서실장 재직 당시 이번 사안과 관련한 어떤 내용도 인지하거나 보고받은 바가 없다"며 "추측성 의혹 제기를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번번이 부서이동을 하지 못했던 A씨가 타부서로 간 2019년 7월 당시에는 오성규 전 서울시설공단 이사장이 비서실장이었다. 오 전 비서실장의 재직 기간은 2018년 7월~2020년 4월이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그가 재직 중이었던 2020년 2월에는 A씨에게 비서직 복귀 요청이 갔다. 지원단체에 따르면 당시 A씨는 '성적 스캔들'에 우려를 표하며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A씨가 피해가 있었다고 언급한 기간(2015년 7월~2019년 7월) 동안 총 5명의 비서실장이 재직했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2016년 7월~2017년 3월), 김주명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2017년 3월~2018년 7월), 고한석 전 비서실장(2020년 4월~2020년 7월) 등이다. 이들 대부분은 서 권한대행과 마찬가지로 "성추행 피해 사실에 대해 몰랐다"는 입장이다. 허 의원은 성추문 의혹과 관련해 “전혀 알지 못했고, 비서실장으로 있을 때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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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노조, “몰랐어도 책임”…경찰, 방조죄 수사
그러나 이에 대해선 서울시 내부에서도 전 비서실장을 포함한 ‘측근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는 “전혀 몰랐다는 건 설득력 없는 자기주장에 불과하다”며 “사전에 몰랐다면 불찰이 큰 것이고, 사실이나 정황을 조금이라도 인지했다면 그에 상응한 책임을 무겁게 따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책임져야할 일이 있었는지 객관적으로 검증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외부에서는 보수성향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관계자들이 서울시장을 보좌한 전직 비서실장을 '강제추행 방조' 등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은 17일 “본격수사에 착수했다”며 “여성단체 등이 주장한 방임·방조가 현행법에 저촉되는지와 압수수색 영장 등 강제수사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철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