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2019-20시즌 챔피언십(2부)에서 2위 웨스트 브로미치(승점82)가 허더즈필드에 패하며, 리즈(승점 87점·26승9무9패)가 남은 2경기에 관계없이 최소 2위를 확보했다. 챔피언십 1, 2위는 곧바로 다음시즌 1부로 승격한다. TV로 결과를 지켜본 리즈 선수들은 얼싸안고 기뻐했다. 이어 3위 브렌트퍼드(승점81)까지 지면서 리즈가 챔피언십 우승까지 확정했다.
17년 만에 ‘리즈 시절’이 돌아왔다. ‘리즈 시절’은 누군가의 화려했던 전성기를 뜻한다. 리즈 유나이티드와 미드필더 앨런 스미스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잘 나갔는데, 2005년쯤 국내축구팬들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박지성과 함께 뛴 스미스의 리즈 시절을 회상하며 만든 단어다.
리즈는 2000-01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했는데, 당시 멤버가 스미스, 리오 퍼디낸드, 해리 키웰 등 화려했다. 하지만 무리한 선수영입과 방만한 경영 탓에, 2003-04시즌 19위에 그치며 2부로 강등됐다. 사익만 좇는 구단주들을 겪으며 2007년 3부까지 추락하는 등 16시즌간 하부리그를 전전했다.
2018년 ‘엘 로코(EL Loco·광인)’ 마르셀로 비엘사(64·아르헨티나) 감독이 부임했다. 조세 모리뉴 토트넘 감독의 별명이 ‘스페셜 원’인데, 비엘사는 천재성과 기행을 선보여 ‘더 크레이지 원’이라 불린다. 지난 시즌에는 리그 3위에 올랐지만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올 시즌 리즈 응원가인 ‘Marching on together’처럼, 비엘사와 함께 행진했다.
리즈는 올 시즌 리그 최소 실점(34실점)을 기록했다. 비엘사는 리즈 부임 후 승률 55%(98경기 54승)을 기록했는데, 구단 100년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축구통계매체 옵타는 그를 ‘메시아(구원자)’라 불렀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1990년대 초반 유럽에 FC바르셀로나 요한 크루이프 감독이 있었다면, 20세기 말부터 남미에는 전술적 천재 비엘사가 있었다. 엄청난 강도의 압박, 독특한 포메이션, 유기적인 위치변경과 빠른템포로 상대를 파괴한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전 토트넘 감독, 호르헤 삼파올리 전 세비야 감독 등 아르헨티나 지도자들의 롤모델”이라고 말했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리즈 시내에는 비엘사의 이름을 딴 거리 ‘마르셀로 비엘사 웨이’가 생길 예정이다. ‘장미 전쟁’이라 불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라이벌전도 벌써부터 팬들의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