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완 사이드암 박치국(22·두산)은 불펜 등판을 선호한다. 대부분의 투수들이 선발로 뛰고 싶어하는 것과 딴판이다.
박치국은 불펜에서 긴 이닝을 척척 소화해낸다. 5월 31일 잠실 롯데전에서 1-3으로 뒤진 7회초 2사에 등판한 그는 3이닝을 1실점(비자책)으로 막았다. 투구 수는 63개.
지난 16일 잠실 SK전에서는 두산의 악재를 호재로 바꿨다. 선발투수 크리스 플렉센이 타구에 왼발을 맞고 강판되자 박치국이 마운드에 올랐다. 2회부터 5회까지 4이닝 1실점(비자책). 투구수 50를 넘겨도 그의 구위는 별로 떨어지지 않았다.
2017년 두산에 입단한 박치국은 그해 2017년 5월 6일 LG전에서 개인 최다 이닝(4⅓이닝)을 기록했다. 셋업맨으로 고정된 2018년과 2019년에는 3이닝 이상을 던진 적이 없었다. 그러다 올해 '마당쇠' 역할을 간혹 맡고 있다.
플렉센 부상으로 인해 두산의 선발진에는 공백이 생겼다. 올 시즌 불펜에서 긴 이닝을 잘 소화한 박치국이 대체 선발 후보로 거론됐다.
박치국은 16일 SK전을 마친 뒤 "주위에서 선발 전환 가능성을 얘기하기도 한다. 나는 불펜투수가 좋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유는 아주 명료하다. 그는 "선발투수는 등판 후 닷새를 기다려야 한다. 그게 싫다"고 말했다. 더 많은 경기에 등판하고 싶다는 의미다.
투수들은 일정한 루틴을 유지할 수 있는 선발투수 역할을 선호한다. 현재 두산 마무리투수인 함덕주도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가고 싶다(선발투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차우찬(LG)·한현희(키움) 등 KBO 리그 대표 셋업맨으로 인정받은 투수들도 결국 선발투수로 전환했다.
매 경기 대기해야 하는 불펜투수는 체력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 올해도 혹사를 당한다며 팬들의 걱정을 사는 불펜 투수가 몇몇 나왔다.
박치국에게 "불펜에서 대기하는 게 힘들지 않으냐"고 묻자, 그는 "아니다. 나는 불펜투수가 더 멋있어 보인다"고 답했다. 박빙 상황에서 팀 승리를 지키는 역할에 박치국은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때문에 불펜에서 준비하는 과정을 고충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박치국의 긴 이닝 투구는 의미가 있다. 그는 5월 31일 롯데전 등판을 마친 뒤 "투구 밸런스가 좋지 않아서 더 던지겠다고 했다. (63개를 던지며) 밸런스를 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16일 SK전 후에는 "롱릴리버 역할을 할 수 있다. 투구 수와 이닝이 많아도 부담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치국은 6월 26일 잠실 NC전에서 2실점 한 뒤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조정기 동안 배영수 2군 투수코치와 하체 훈련량을 늘려 밸런스를 회복했다. 외국인 라울 알칸타라를 제외한 두산 선발진은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어느 선발 투수가 초반에 무너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마당쇠' 박치국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