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감독은 지난 4월 한국으로 일시 귀국했다. 인도네시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자 휴가를 받고 한국으로 왔다. 1차적인 이유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휴가보다 더욱 중요한 이유다. 신 감독은 7월부터 해외 전지훈련을 계획했다. 대상은 U-19 대표팀이다.
신 감독은 A대표팀을 포함해 U-23 대표팀, U-20 대표팀을 총괄한다. 이중 가장 중점을 두는 대표팀은 U-20 대표팀이다. 2021년 인도네시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이 열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U-19 대표팀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아시아 강국으로의 전지훈련을 추진했다. 신 감독은 아시아 강팀들과 겨뤄봐야만 스스로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고, 나아가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갑작스러운 구상이 아니다. 이는 신 감독이 이미 인도네시아축구협회(PSSI)에 로드맵을 제출한 사안이다. 신 감독 입장에서는 다양한 팀들과 평가전을 치르기 용이한 한국이 최적의 장소였다. 한국으로 온 궁극적인 목적이었다. PSSI도 처음에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휴가 기간 중 PSSI의 태도가 바뀌었다. PSSI의 핵심 인력들이 물갈이되면서 다른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해외 전지훈련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당장 인도네시아로 돌아오라고 종용했다. 전폭적인 지원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서 논의없이 연봉을 50% 삭감했다. 또 U-20 월드컵 4강 이상의 성적 등 무리한 요구를 했다.
신 감독은 끌려다닐 수 없었다.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PSSI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자 PSSI는 인도네시아 언론을 통해 신 감독을 향한 비판 기사를 연이어 쏟아냈다. 신 감독과 PSSI의 대립 양상으로 전개됐다.
이런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신 감독과 PSSI는 진심을 담은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자 오해도 조금씩 풀렸다. 또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신 감독의 손을 들어줬다. 여론조사에서 신 감독을 향해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런 국민적 반응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모하마드 이리아완 PSSI 회장의 신임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 감독은 이리아완 회장이 직접 선택한 지도자다. 또 대립 양상에서도 이리아완 회장은 신 감독에 대한 신뢰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신태용 감독은 나의 친동생과 같다"고 자주 말하며 믿음을 강조했다.
서로의 진심을 소통하자 해결책이 보였다. 신 감독은 PSSI가 원하는대로 인도네시아로 들어간다. 그리고 신 감독이 원하는대로 해외전지훈련을 추진한다. 오는 8월 U-19 대표팀 선수단을 이끌고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구상하고 있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PSSI가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냈고, 인도네시아로 들어간 뒤 마주앉아 구체적인 세부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다.
신 감독의 한 측근은 "신 감독과 PSSI가 대화로 오해를 풀었다. 대립도 끝났다. 양측 모두 긍정적인 방향으로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 신 감독이 인도네시아로 들어간 뒤 PSSI의 지원 속에 본격적으로 U-20 월드컵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