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SNS를 통해 알려진 한 이야기에 전 온라인 커뮤니티가 뜨겁게 들썩였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고,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배우 오정세. 수 많은 네티즌들은 "작품으로 나와도 '소설 쓴다'는 반응이 터질 것 같은데 실화라니요"라며 믿을 수 없는 감동 스토리에 함께 울컥한 심경을 내비쳤다.
오정세에게 감사함부터 표한 글쓴이는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오빠의 여동생이라 자신을 밝히며, 오정세와 오빠의 깜짝 만남을 알렸다. 오빠는 첼리스트 배범준 씨로 밝혀졌다.
배범준 씨 여동생에 따르면 현재 오정세가 출연 중인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시청 중, 배범준 씨는 상태가 고문영(서예지) 작가의 팬 사인회에서 소리를 지르며 울부짖는 장면에서 "내가 달래주고 지켜줘야 한다"는 말을 했고, 이후 "상태 형을 만나고 싶다"는 희망을 지속적으로 표현했다.
오정세는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자폐 스펙트럼(ASD) 발달장애 3급의 고기능 자폐(HFA)를 가진 문상태 캐릭터를 맡아 또 한번 미(美)친 연기력을 펼치고 있다.
여동생은 오정세 소속사 측에 조심스럽게 관련 사연을 전달, 소속사 프레인 TPC는 흔쾌히 오정세와 배범준 씨의 오작교가 되어줬다. 오정세는 '상태'를 만나고, 위로하고 싶어하는 배범준 씨를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상태의 모습으로 꾸민 채 '놀이공원 일일 팬미팅' 나들이에 나섰다.
여동생은 "오정세 님과 오빠가 함께 있을 때, 나는 순간 순간마다 계속해서 놀랐다. 문상태의 모습으로 온전히 오빠에 집중을 해주시는 오정세 님의 섬세함, 옷도 말투도 걸음걸이도 행동도 오빠를 위해 상태 그대로의 모습으로 대해 주신 것에 감동 받았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 오빠를 만나기 전 얼마나 많은 연구와 고민을 하시며 노력하셨는지 느껴졌다"고 전했다.
이어 "상태 형은 오빠의 눈높이에 맞춰 친구가 되어주시고 계속해서 오빠와 함께 이야기하며 온전히 집중해주셨다"며 "배우 오정세 님께 너무나도 감사했다. 감사함의 의미는, 물론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연구의 노력 그리고 오빠를 위해 많이 노력해주신 것도 있지만 '세상에 이런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에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여동생은 손을 꼭 붙잡은 채 놀이공원 곳곳을 다니고 있는 오정세와 배범준 씨의 사진도 공개, 감동을 더했다. 누가봐도 익숙한 상태의 뒷모습은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여동생은 "상태 팬이었던 나는 이제 상태가 아닌 오정세 배우님의 팬이 돼 버렸다"며 오정세가 상태로서 배범준 씨에게 공룡 굿다이노를 선물한 내용도 남겼다.
오정세와 배범준 씨가 놀이공원을 찾은 날은 지난 24일. '사이코지만 괜찮아' 제작진은 전혀 모르고 있었던 만남으로, 소속사 측에서도 다소 민감할 수 있는 만큼 대외적으로 공개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라는 후문이다. 하지만 미담을 뛰어 넘는 역대급 일화는 소중한 추억이자 길이 남을 선물이 됐다.
배준범 씨 역시 직접 '천사를 만나면? 눈이 부신다. 바로 처다 볼수가 없다. 눈물이 난다. 만나기 전에도 만난 후에도 너무도 눈부신 시간들이라 하나씩 하나씩 꺼내 보기'라는 글로 오정세이자 상태 형과의 아름다웠던 시간을 기억했다.
오정세는 지난 달 개최된 제56회 백상예술대상에서 KBS 2TV '동백꽃 필 무렵'으로 TV부문 남자조연상을 수상하며 "때론 불공평하게 느껴지는 세상이지만, 지치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러분들 모두 곧 반드시 나만의 동백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여러분의 동백꽃이 활짝 피기를, 배우 오정세가 응원한다"는 수상 소감을 말한 바 있다.
진정성 넘쳤던 오정세의 소감은 당시에도 큰 화제를 모았지만, 이번 에피소드가 알려지며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오정세는 스스로 누군가의 동백이 되어줬고, 평생 잊지못할 동백꽃 한 송이를 활짝 피우며 넌지시 던졌던 다짐과 약속을 고스란히 지켰다.
매 작품 인생 연기로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배우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오정세다. 존재감이 커질수록 선한 영향력의 표본이 되고 있는 오정세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의 인간화가 아닐 수 없다. 배우 오정세를 넘어 인간 오정세의 진가를 새삼 확인하게 된 순간. 평생의 응원이 뒤따를 꽃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