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26일 지난해 말 국내 주택 시세의 합인 주택 시가총액(명목)이 5056조7924억원으로, 한 해 전(4709조6118억원)보다 7.4% 증가했다고 밝혔다. 빠른 속도다. 국내 집값 시가총액은 2000년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었고, 2006년에 2000조원을 돌파했다. 2010년에 3000조원, 2016년에 4000조원대로 각각 올라섰고, 지난해에 처음으로 5000조원대를 기록했다. 총액 1000조원이 늘어나는 데 3년 걸린 것이다.
통계 집계 이래 집값 시가총액이 전년 대비 줄어든 때는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 단 한 차례밖에 없었다. 김대중 정부 말기와 노무현 정부 시절에 해당하는 2002∼2007년에는 매년 10% 이상 시가총액이 불어났다. 특히 2002년(1천321조4267억원)에는 한 해 전보다 무려 16.8% 늘어 역대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상승률은 2012년, 2013년에 각각 2.5%, 2.6%씩으로 2%까지 줄었으나 이후 점차 상승했고, 2018년(9.2%)에는 다시 10%에 육박하며 1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제 성장세와 견줘 주택 시장이 얼마나 활성화했는지 나타내는 지표인 명목 GDP 대비 시가총액 배율은 지난해 2.64배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 배율은 2005년 처음으로 2배를 넘은 뒤 4차례를 제외하고는 매년 상승했다. 이 배율이 올랐다는 것은 경기보다 주택 시장이 비교적 더 호조를 나타냈다는 뜻이다.
한국의 명목 GDP 성장률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명목 GDP 성장률은 2017년 5.45%에서 2018년 3.40%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GDP 성장률이 1.1%(1898조2천억→1919조원)로 2018년의 3.4%(1835조7천억→1898조2000억원)보다 크게 낮아졌다. 이 기간 집값 시가총액이 크게 불어난 반면 명목 GDP 성장률은 둔화하면서 배율은 높아져만 갔다. 2017년 2.35배였던 것이 2018년 2.48배로 올랐고, 지난해에는 가장 높은 값인 2.64배까지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