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지갑에 카카오프렌즈나 미니언즈·펭수 등 캐릭터가 그려진 카드가 한 장씩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왕이면 귀여운, 눈여겨보던 캐릭터가 그려진 신용·체크카드를 고르게 되는 자신을 발견했을 수 있다. 은행·카드사들이 이처럼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캐릭터’를 내세워 카드를 만들고 나섰기 때문이다. 역시 이유는 ‘잘 팔려서’다.
카카오프렌즈부터 펭수·미니언즈 그려진 카드 인기
최근 신용카드 비교·추천 사이트 ‘카드 고릴라’가 올해 1분기 카드 상품 조회 수와 신청 전환 수를 합산해 관심도를 뽑은 결과, 1~10위 내 4종이 모두 캐릭터 체크카드였다. 지난 한 해 동안 관심도 1~30위 내 캐릭터 체크카드는 5종이었지만 올해 1분기 30위 내 캐릭터 체크카드는 9종으로 늘어났다.
고승훈 카드 고릴라 대표는 “2020년 1분기 체크카드 시장은 캐릭터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며 “체크카드의 특성상 철저하게 혜택을 따져 발급받는 경우보다는 하나쯤은 꼭 필요해서 발급받는 미성년자·대학생·사회초년생 등 젊은 소비자들이 많다. 또 신용카드와 비교해도 혜택이 비슷한 편이라 마케팅을 위해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이는 편”이라고 말했다.
캐릭터 체크카드의 원조 격인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는 발급이 아직도 꾸준히 늘어나는 중이다. 2017년 7월 27일 출시된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는 4일 만에 76만3902장이 발급됐으며 2018년 9월 30일 557만5408장(누적), 2019년 9월 30일 961만3302장, 2020년 3월 31일 1149만6935장이 발급됐다.
각종 캐릭터가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 등 아이돌 스타가 아니어도 카드를 향한 ‘소유욕’을 자극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카카오뱅크는 가장 최근에 대표적인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중 하나인 ‘라이언’을 내세워 신한카드·KB국민카드·삼성카드·씨티카드와 협업해 신용카드를 내놨다. 이는 열흘 만에 10만장이 팔렸다. 1일 평균 신청 건수는 9200장 수준이며, 지난달 29일에는 하루에만 1만6000건이 몰리기도 했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는 카드사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NH농협카드는 작년 11월 28일 ‘라이언 치즈 체크카드’를 선보여 출시 후 5개월간 50만장을 발매했고, 지난 4월 후속작 ‘어피치 스윗 체크카드’를 내놓기도 했다. 라이언과 어피치는 카카오프렌즈 대표 캐릭터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해 이미 소비자들에게 친숙해져 눈을 끌기에 좋다”며 “가장 인기 있는 라이언이 가장 내세우기 좋은 캐릭터로 꼽힌다”고 말했다.
2030세대에서 열풍을 일으킨 ‘펭수’도 카드사의 선택을 받은 캐릭터 중 하나다. KB국민카드가 이를 선점해 올해 2월 17일 ‘KB국민펭수노리 체크카드’를 내놨다. 펭수 카드는 지난 22일까지 37만여장이 발급되며 월평균 7만4000장 수준이 팔렸다.
신한카드는 ‘미니언즈 체크카드’를 지난해 내놨는데, 지난달 말까지 약 65만장이 발급됐다. 미니언즈는 글로벌 미디어 회사인 NBC유니버설이 제작한 애니메이션 영화의 주인공 캐릭터다. 신한카드는 인기에 힘입어 지난 6월 후속작으로 ‘헤이영 미니언즈 체크카드’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더해 은행카드사들은 아이들을 겨냥한 상품에 캐릭터를 200%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캐릭터가 핑크퐁·아기상어인데, 우리은행 관계자는 인기가 “엄청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품이 여러 개라 가입 좌수 집계가 어려우나 인기가 좋았다”며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들은 어렸을 때부터 엄마 손 잡고 다니면서 은행을 배우기 시작하고, 커서는 주거래 은행으로 이어지는 효과까지 있다”고 했다.
이에 우리카드는 지난 1일 핑크퐁·아기상어 캐릭터를 카드 플레이트에 입힌 ‘카드의정석 포인트 체크’ 2종을 출시하기도 했다. 우리카드의 스테디 시리즈인 ‘카드의정석’에 글로벌 콘텐트 기업인 스마트스터디의 핑크·아기상어 브랜드를 콜라보해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및 주요 놀이공원 50% 현장 할인 같이 어린이에게 인기있는 서비스를 담았다.
높은 로열티에도 차별화 때문에…자체 캐릭터 제작도
카드사들이 ‘높은 브랜드 사용료’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활용에 나서는 것은 ‘이왕이면’ 선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카드사가 디자인에 인기 캐릭터를 담으려면 그만큼 사용료도 비싸진다. 캐릭터 사용료는 기간별로 책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한 인기 캐릭터의 경우 한 달 사용료가 수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을 정도다.
그래서 대표적인 캐릭터 카카오프렌즈의 라이선스를 총괄하는 카카오아이엑스(IX)의 로열티 매출은 쑥쑥 늘어나 지난해 로열티 매출이 229억1861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8년 222억1660만원 대비 7억201만원(약 3.16%) 상승한 수치다.
로열티 부담에 카드사별로 자체 캐릭터를 만들어 차별화한 카드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눈에 띄는 곳은 OK저축은행으로, ‘내가그린 체크카드’와 ‘함께그린 체크카드’에 대표 캐릭터 ‘읏맨’을 그려 내놨다.
읏맨은 OK를 거꾸로 돌려 보이는 글자 ‘읏’으로 표현한 캐릭터로, B급 감성을 자극하는 콘텐트로 화제가 돼 젊은 층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DGB대구은행에서는 ‘똑똑한 즐거움이 가득-똑디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똑디’는 DGB대구은행의 지난해 하반기 리뉴얼해 선보인 DGB대구은행의 스마트 캐릭터 ‘단디·똑디·우디’ 중 하나다. DGB대구은행은 경영이념인 ‘꿈과 풍요로움을 지역과 함께’에 맞춰 꿈을 상징하는 파랑새와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단디·똑디(파랑새 캐릭터)·우디(꿈나무 캐릭터)를 선보인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에서 고객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고, 다들 비슷한 상황이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차별화 포인트를 찾다 보니, 캐릭터가 써볼 만한 마케팅 수단이 됐고, 요즘 세대들에게는 꼭 애니메이션이 아니더라도 캐릭터 선택지가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