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축구 K리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 팬들과 함께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다.
1일 K리그는 코로나19 여파 이후 처음으로 관중 입장을 허용했다. 이날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14라운드 3경기가 열렸다.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성남 FC와 FC 서울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전, 그리고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와 광주 FC전이 펼쳐졌다.
입장 관중은 정부 지침에 따라 경기장 수용인원의 10%로 제한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씨 속에서도 전주월드컵경기장에 2959명,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 1865명, 탄천종합운동장에 986명이 '직관(직접관람)'을 즐겼다. 총 5810명의 관중이 '축구 갈증'을 풀었다.
K리그1의 첫 번째 관중 입장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누구 하나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 없었고, 누구 하나 입장 절차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팬들은 서로 떨어져 앉아 응원에 열중했고, 음식을 섭취하지도 않았다. K리그에 앞서 관중 입장을 허용했던 프로야구 롯데 같은 불미스러운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성남-서울전이 열린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축구팬들의 높은 시민의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한마음이었다. 방역 수칙을 철저히 따라 앞으로도 '직관'을 계속할 수 있기를, 이렇게 주어진 소중한 일상을 꼭 지켜내기를 바랐다.
현장에서는 기계음이 아닌 진짜 박수, 녹음한 함성이 아닌 팬들의 육성이 얼마나 위대한지 실감할 수 있었다. 팬들은 방역 수칙에 따라 응원가를 부르지 않았고, 골이 터졌을 때 어깨동무 등의 단체 응원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본능적인 반응은 어쩔 수 없었다. 골이 터졌을 때 함성이 터졌고, 거친 파울이 나오면 야유가 쏟아졌다. 과거에는 당연하게 보였던 모습이 지금은 아름다운 장면으로 다가왔다.
소녀팬들도 다시 등장했다. 성남에 사는 중학교 3학년 이수연 양은 성남 미드필더 김동현의 팬이다. 관중 입장이 허용되는 첫날 경기장을 찾았다. 그는 "작년부터 김동현 선수를 좋아했다. 축구도 잘하고, 잘생겼다"며 "오랜만에 그라운드를 보고, 내가 좋아하는 선수를 보니 너무 떨린다. TV로 보는 것보다 훨씬 좋다. 지난 시즌 성남이 9등을 했는데 올해는 상위 스플릿에 갈 것"이라며 웃었다.
관중 입장을 위해 묵묵히 일해온 구단 직원들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10%의 관중을 받는 게 만원 관중을 관리하는 일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팬들의 동선과 행동을 체크해야 하기 때문이다. 출입할 때 체온 체크와 가방 검사 등을 실시했고, 경기 중에는 거리 두기와 취식 금지 등을 감시했다. 경기 후에는 선수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하느라 바빴다.
한 성남의 관계자는 "경기장을 전부 열었다. 경기장 전체에 팬들이 있고, 경기장 전체에 성남 직원들이 있다. 팬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나 구단 직원들이 도와주고 있다. 방역 수칙을 지킬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뒤 일부 팬들은 선수단 출입구로 내려왔다. 그러자 "이렇게 내려오시면 안 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선수들과 접촉이 불가합니다! 올라가 주십시오!"라는 성남 직원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팬들은 이 지시를 잘 따랐다.
선수단도 팬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했다. 2-1로 승리한 김호영 서울 감독대행은 "관중과 함께 호흡하니까 신이 나는 게 사실이다. 더 많은 팬들이 오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두 골을 넣은 서울 윤주태는 "팬 앞에서 경기하니 확실히 퍼포먼스가 더 나오는 것 같다"며 웃었다. 김남일 성남 감독은 "관중이 들어온 첫 경기에서 승리를 안겨드리지 못해 죄송스럽다"며 진한 아쉬움을 전했다.
경기에서는 승패가 나뉘었지만, 팬들 앞에서는 하나로 뭉쳤다. 소중한 일상을 지키기 위한 진심이 모였다. 축구팬과 구단, 그리고 선수와 감독 모두 코로나19 시대에 '함께 살아가는 법'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