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KBO리그 전반기 가장 빼어난 활약을 펼친 NC 구창모·KT 로하스. IS포토 리그 에이스 계보를 잇는 20대 투수가 나타났다. 10년 만에 타격 7관왕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KBO 리그 전반기는 활력이 넘쳤다. 최고를 노리는 새 얼굴들이 등장한 덕분이다.
KBO 리그는 지난 1일까지 총 359경기를 소화하며 전반기를 마감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다. 7월 넷째 주 토요일까지 무관중 경기가 진행됐다. 리그 흥행 저하가 우려됐다. 그러나 치열한 중위권 순위 경쟁이 연일 흥미를 끌었다. 개인 타이틀 경쟁도 뻔하지 않았다.
가장 빼어난 활약을 보여준 두 선수가 있다. NC 좌완투수 구창모(23)와 KT 외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30)다.
구창모는 전반기 등판한 13경기에서 9승·무패·평균자책점 1.55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승률 1위, 다승 2위다. 이닝당 출루허용(0.82), 피안타율(0.178)도 1위에 올랐다.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도 리그 투수 가운데 1위(4.42)다.
2015 신인 드래프트 1라운더다. 데뷔 4년 차던 지난 시즌(2019)에 처음으로 10승(7패)을 거두며 잠재력을 드러냈다. 자질과 경험을 감안해도 성장 속도가 빠르다.
몇 가지 변화가 있다. 겨우내 포크볼을 더 연마했다. 기존 무기인 슬라이더, 커브와 시너지를 냈다. 릴리스 포인트가 높고 일정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선수는 "지난 시즌 허리 부상 뒤 디딤발이 많이 흔들리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이동욱 NC 감독은 직구도 강약 조절을 할 줄 아는 경기 운영 능력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외인 선수가 득세인 개인 타이틀 경쟁에서 국내 투수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과거 류현진(토론토), 양현종(KIA), 김광현(세인트루이스)이 그랬다. 구창모가 에이스 계보를 잇는 선수로 평가받는 이유다.
로하스는 71경기에 출전해 타율 0.389(283타수 110안타)·26홈런·68타점·65득점·출루율 0.446·장타율 0.760을 기록했다. 1일 현재 타율과 득점 2위, 다른 5개 부분(안타·홈런·출루율·장타율·타점)은 모두 1위에 올라 있다. WAR는 리그 선수 전체 1위인 4.96.
65경기 만에 시즌 100안타를 돌파했다. 역대 2위 기록이다. 좌우 편차를 줄인 점도 뜨거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원동력이다. 5월 23일 LG전, 7월 21일 LG전은 좌우 연타석 홈런을 기록했다. 역대 3, 4호 기록이다.
로하스는 "좌우 타석에 들어설 때 타격 자세를 조금 수정한 점도 영향이 있었고, 지난해보다 체중을 감량하고 유연성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도 도루를 제외한 타격 7개 부문 1~2위권을 지키고 있다. 이대호(롯데)가 2010시즌 최초로 해낸 타격 7관왕을 재현할 기세다. 외인 최초 트리플 크라운(타율·홈런·타점 1위)도 마찬가지다.
다른 부문도 개인 타이틀 경쟁은 흥미를 자아낸다. 1일 현재 홀드 부문 1위는 키움 좌완 이영준(29)이다. 이전 세 시즌(2017~2019년) 동안 기록한 홀드는 단 1개다. 손혁 감독 체제에서는 불펜 주축으로 기용되고 있다.
도루 부분도 주목된다. 전반기는 서건창이 1위(16개)를 지켰다. 13개를 기록하며 공동 2위에 올라 있는 NC 애런 알테어(29)와 배정대(25)가 주목된다. 알테어는 마이너리거(싱글A)던 2011시즌에 한 시즌 37도루를 기록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는 10도루 이상 기록한 시즌이 없다. KBO 리그에서는 적극적인 주루를 보여주고 있다. 배정대는 7월에만 도루 8개를 성공시켰다. 추격 기세가 거세다.
롯데 손아섭(32)도 눈길을 끈다. 그는 전반기 69경기 출전, 타율 0.350(266타수 93안타)를 기록했다. 리그 대표 타격 기계로 인정받는 선수지만, 2019시즌 같은 경기 수 출전은 타율 0.289(266타수 77안타)였다. 10시즌 연속 3할 타율도 실패했다. 올 시즌은 명예회복에 나섰다. 아직 선두권과 차이는 크지만, 후반기 눈여겨봐야 할 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