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간판' 아모레퍼시픽그룹(이하 아모레)이 최악의 2분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나면서 사실상 '어닝쇼크'라는 진단도 나온다. 업계는 아모레의 부진 이유를 럭셔리 브랜드인 '설화수'와 원 브랜드숍 '이니스프리'의 부진 및 자사 브랜드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기업 특유의 색깔에서 찾고 있다.
아모레는 올해 2분기에 1조1808억원의 매출과 36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지난달 31일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5%, 영업이익은 67% 각각 줄었다. 안팎이 모두 저조했다. 아모레의 국내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26% 감소한 6567억원, 해외 사업은 21% 줄어든 405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국내 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31% 감소했고, 해외 사업 역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역신장했다.
영업이익이 급감하자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실적 발표 뒤 첫 장 개시일이었던 3일 아모레 주가는 장중 한때 전 거래일보다 3.6% 이상 급락하면서 16만원 선이 무너졌다. 아모레는 불과 7개월 전만 해도 20만원 선을 웃돌았다. 경쟁사인 LG생활건강이 코로나19 이후에도 꾸준하게 130만원 선을 지켜온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크다.
업계는 아모레 부진을 대표 브랜드인 설화수와 이니스프리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메리츠증권은 이날 아모레 주가를 20만원으로 4.76% 하향 조정하면서 설화수가 전체 화장품 소매 시장의 성장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등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설화수는 비탄력적 수요에 기반을 둔 럭셔리임에도 불구하고 시장 성장을 밑돌고 있다"며 "2분기 국내 설화수 매출액은 35.6% 감소해 한국 화장품 소매가 같은 기간 20.8% 감소한 것보다 그 폭이 더 컸다"고 말했다.
한때 중국 시장을 휩쓸었던 이니스프리 역시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이니스프리는 올해 상반기 아모레 중국 오프라인 채널 매출은 전년 대비 45% 내외 줄어들었다. 중국 매출의 과반을 책임지던 이니스프리는 최근 매출 비중이 30% 중후반까지 떨어졌다. 결국 아모레는 올 하반기 중국에서 이니스프리 매장 45~55개를 닫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이니스프리는 중저가 원 브랜드 모델로 초기 '제주도'를 강조하며 히트했다. 지금은 중국 내 비슷한 콘셉트의 브랜드가 다수 등장하면서 더는 중저가 브랜드를 유지할 힘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설화수는 LG생건의 동급 브랜드 '후'와 비교해 중국 내 탄탄한 VIP 수요층을 사로잡지 못했다. 오랜 '노모델' 정책 등이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아모레 브랜드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특유의 분위기에서 실적 부진 요인을 찾는다.
K뷰티 업계는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다. 한때 보따리상인 '따이공'이나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면세점 물품 판매 개수 제한책을 냈던 K뷰티 기업들은 경쟁이 심화하자 관련 규정을 사실상 철회했다. 일부 중견∙대기업은 서울 대림동이나 화곡동에 따이공들이 세운 창고형 중국인 대상 매장에 물건을 상자째로 공급하는 것을 용인할 정도로 시장의 왜곡이 크다. 그러나 아모레는 가장 마지막까지 면세품 개수 제한책을 이어갔고, 창고형 매장 등에 대한 제품 공급도 소극적인 편이라는 것이 대다수의 평가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오너 기업인 아모레는 불법은 물론 편법과도 상당히 거리를 두려는 스타일이다. 그만큼 브랜드 이미지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분석하다. 아모레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여파로 지난 4월부터 중국과 아세안, 일본, 북미, 유럽 등 해외 오프라인 매장 대부분이 문을 닫은 영향"이라고 말했다.
3분기에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유안타증권은 아모레의 올 3분기 매출 1조 2112억원, 영업이익 41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23%, 65%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향후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는 등 디지털 체질 개선에 집중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도약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