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살림꾼 허경민이 조아제약 월간 MVP에 선정됐다. IS포토 허경민(30·두산)은 2020년 7월을 야구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만들었다.
허경민은 우선 '수비형 3루수'라는 인식을 바꿨다. 7월 22경기에서 타율 0.494(83타수 41안타), 출루율 0.538를 기록했다. 타율·안타·출루율 모두 이 기간 1위다. 6월까지 0.316였던 시즌 타율을 0.390까지 끌어올렸다. 6월 초 손가락 부상을 당해 20일 동안 결장한 그는 지난달 31일 규정타석을 채우자마자 타율 선두에 올랐다.
득점권에서 더 강하다. 7월 득점권 타율은 0.708(24타수 17안타). 올 시즌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0.519(52타수 27안타)를 기록했다. KBO리그 최정상 3루수인 그가 클러치 히터의 능력도 입증했다.
허경민은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다. 7월 1일부터 8월 2일까지 24경기 연속 안타를 때렸지만 "기록을 의식하지 않겠다"고 했다. 타율 1위를 지키는 것보다 올해 안에 통산 1000안타를 달성하는 게 중요한 목표다. 3일 현재 1000안타까지 79개 남았다.
올 여름 가장 뜨거운 타자인 그는 지난달 11일 딸 서우 양을 얻었다. 딸이 커서 아빠가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좋은 기량을 오래 유지하는 게 허경민의 목표다. 일간스포츠와 조아제약은 '멋진 아빠' 허경민을 7월 MVP로 선정했다.
- 7월 셋째 주 주간 MVP에 이어 월간 MVP까지 차지했다. "주간 MVP 수상 후 인터뷰에서 '월간 MVP도 받고 싶다'는 말은 했지만, 실현될지는 몰랐다. 운도 따랐지만 좋은 타격을 위한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나 자신에게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 타율 1위에 올랐다. "순위 1, 2위에 내 이름이 있더라.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타격의 달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는 타격이 약점이라는 꼬리표가 있던 선수다.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 타격왕 욕심은. "시즌 전 설정한 목표가 있다. 타격왕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욕심이 전혀 없다. 그저 발전하기 위해 더 노력한다는 생각뿐이다. 당장 내일 순위권에서 (내 이름이) 사라져도 여한이 없다."
- 마음속에 설정한 목표는 무엇인가. "원래 특정 기록을 목표로 세우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올해는 한 가지 정했다. 통산 기록을 보니 1000경기 출장(3일 현재 984경기)이 가능하겠더라. 동시에 한 시즌을 정말 잘 마치면 통산 1000안타도 가능할 것 같다."
- 지난주까지 통산 921안타를 기록했다. "내 종전 한 시즌 최다 안타가 167개(2018년)였다. 2020년은 그 이상이 가능하겠더라. 6월초 손가락 부상 탓에 '목표 달성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했다. 달성 여부를 떠나 1000안타를 향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24경기 연속 안타를 쳤다. "몇 경기 연속 안타였는지 모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계속 몰랐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기록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한다. 연속 안타가 끊기더라도 마찬가지다."
- 득점권 타율 0.519로 리그 1위다. "득점권에서 더 집중한다. 예전에는 나도 홈런을 치고 싶었다. 장타력을 향상하고 싶었다. 그런데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 그래서 나만의 강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득점권에서 좋은 타격을 하면 장타력이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득점권 타율이 2018년(0.350)과 2019년(0.324)에도 높았다. "2018년 득점권 타율이 시즌 타율보다 높았다. 득점은 돈이라고 생각한다. 주자가 있을 때 안타를 때리는 게 팀에 큰 도움이 된다. 팀에 대한 책임감과 의무감도 있다."
지난달 31일 열린 NC전 1회초 2사 1,3루에서 두산 허경민이 2타점 적시타를 치고 2루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8월 2일 창원 NC전 9회초 동점 적시타를 쳤다. 이날 두산은 7-4로 이겨 올 시즌 NC전 첫 위닝시리즈를 거뒀다. "그 경기에서 패한다면 팀 분위기가 다운될 수도 있었다. 팀에 기여하는 안타를 쳐서 기분이 좋았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조금은 마음이 편안했다."
- 7월에는 득녀도 했다. "선배들이 '분윳값 벌기 위해 더 열심히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뜻을 알겠더라. 잠든 아기를 보면 뭐든지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고, 최대한 많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내고 싶다."
- 어떤 아빠가 되고 싶은지. "딸이 야구를 볼 나이가 되면 난 30대 중반이 넘어선다. 그때도 주전으로 뛰고 있기를 바란다. 아내가 내조를 잘해준다. 내가 그라운드에서 관리를 잘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두산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관중 입장이 시작된 후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서 죄송했다.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승리 뒤 하이파이브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