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보통 한 경기를 치르는데 3시간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 2~3시간이 걸리는 마라톤과 비슷하지만 필요한 체력은 다르다. 마라톤이 지구력 중심이라면, 야구는 단시간에 고강도 파워를 내야 하는 종목이다.
타자는 경기 중 더그아웃에서 충분한 물과 음료를 섭취할 수 있다. 바나나(과당 탄수화물)나 달걀(단백질)을 먹는 선수도 있다. 원한다면 벤치에 앉을 수도 있고, 라커룸에서 잠시 누워있는 것도 가능하다.
투수도 팀이 공격하는 동안 더그아웃에서 회복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투구와 투구 사이 인터벌 때 숨을 고르기도 한다. 실제로 야구 경기 중 선수가 에너지를 소비하는 시간은 어림잡아 1시간 미만이다. 최고의 에너지 소비가 발생하는 운동참여 시간은 30분 미만이다.
때문에 야구에선 파워와 파워지구력이 중요하다. 인체에서 파워를 만드는 부위는 근육이다. 근육은 크게 속근섬유와 지근섬유로 분류되는데, 야구 선수에게 필요한 스피드와 파워를 만드는 근육은 속근섬유다. 속근섬유는 빠르게 근육이 수축한다고 해서 속근이라고도 불린다. 이론상 속근섬유 분포 비율이 높은 선수가 야구 경기를 할 때 유리하다. 속근섬유는 ATP-PC(phospocreatine),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특히 탄수화물 섭취는 수분 섭취와 함께 굉장히 중요하다. 장시간 운동을 지속하는 종목에서는 탄수화물 보충을 위해 체내 흡수가 빠른 액체 형태(설탕물 등)의 탄수화물이나 스포츠 음료 섭취를 권장한다.
최근 프로야구에서 화제가 됐던 이른바 '저탄고지' 케토 다이어트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거다. '저탄고지'는 탄수화물 섭취를 확 줄이고 지방 섭취를 늘리는 방법인데, 많은 영양학자와 운동생리학자가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야구 선수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체내 탄수화물이 충분치 않은 경우에는 피로를 쉽게 느낀다. 스스로 몸을 보호하기 위해 중추 피로(뇌에서의 피로감) 혹은 심각한 말초 피로(팔과 다리 근육에서의 피로감)를 발생시켜 운동을 지속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든다. 경기 전후로 심리적·육체적으로 피로를 느낀다는 것은 체내 탄수화물의 양이 충분하지 않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야구 선수에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빠른 회복이다. 경기 후에는 체내 근조직의 미세한 손상이 쉽게 발견된다. 하지만 인체는 회복 기능을 갖춰 손상된 근조직을 어느 정도 복구한다. 다만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근육의 재료가 되는 단백질 보충이 필요하다. 치열한 접전이 끝난 뒤에는 고기를 비롯한 단백질 섭취를 빼먹지 말아야 한다. 다만 운동 중 삶은 달걀과 같은 단백질 섭취는 체내에 빠른 흡수가 되지 않기 때문에 공복감을 감소시키는 것 외에는 경기력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중요한 건 3대 영양소 중 하나인 지방도 마찬가지다. 다만 체내 지방은 대부분 충분하다. 실제 일반인의 체내 지방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경우 서울과 부산을 걸어서 왕복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운동 전·후로 별도의 지방 섭식은 권장되지 않는다.
준비된 야구 선수는 자신의 능력을 100% 이상 발휘할 수 있다. 항상 몸이 주는 신호에 더욱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을 효과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