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강철비' 시리즈의 기둥이자 중심, 정우성이다. '강철비' 북한 최정예 요원 엄철우에 이어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를 연기한 정우성은 현재 진행형인 남북관계를 주축으로 한반도 상황을 관통하는 '강철비' 시리즈의 실질적 화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어려웠고, 외로웠지만 독특한 기획으로 한국영화 시리즈화의 유행을 따르는 것은 물론, 깊이있는 메시지까지 전하며 배우 개인적으로도 연이은 인생캐릭터를 탄생시키는데 성공했다. '정우성표' 대통령은 평화와 함께 '안구 복지'까지 이끄는 완벽함을 뽐냈다.
이젠 매 작품 '정우성의 선택'이라는 이유만으로 신뢰와 납득을 더한다. 그만큼 고민도 많고 뒤따르는 시선도 다양해졌지만, 그럴 수록 더해가는건 깊이감 뿐이다. 더 이상 올라갈 곳 없는 위치에서 여전히 '성장'의 그림자가 뒤따르는건 정우성이 그만큼 제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며 긍정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걸 뜻한다. 이젠 배우를 넘어 감독, 제작자로까지 영역 확장을 준비 중인 상황. 후배들의 롤모델이자 수 많은 이들의 인생 롤모델로 주저없이 꼽히는 이유를 정우성은 오늘도 스스로 증명해내고 있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대통령 역할을 맡기로 결정한 후, 어떤 것부터 준비를 시작했나. "글쎄. 내가 뭐부터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웃음) 초반엔 정상회담을 이끌었던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등 선대 지도자들의 연설을 찾아 봤다. 사람은 바뀌어도 연설의 뉘앙스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더라. 그들이 얼마만큼 통일에 대한 의식을 갖고 있는지, 통일에 대한 의지는 어떤 마음인지, 그런 것들을 연설문을 통해 짐작할 수 있었다."
-실존 인물이 존재하고, 떠오를 수 밖에 없는 캐릭터다. "한경재는 재창조 된 인물이다. '풍자'라는 것이 현실적 인물을 두고 빗대어 표현할 때 그 메시지가 더 와 닿기 마련이지 않나. 하지만 우리는 영화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똑같이 모사한다기 보다는 상황적 풍자를 위해서 입장을 가져다 쓰는 쪽으로 풀어냈다. '한경재 대통령은 어떤 사람일까' 가장 유하게 보이지만, 정치적 입장이 거세된 상황에서 평화에 대한 의지는 절대적으로 강한. 그것만을 부각하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간적인 대통령의 모습도 보였다. "대통령이자 가족 구성원이다. 감독이 시나리오 쓸 때 그 면을 잃지 않게끔 하려는 똑똑한 장치로 봤다. 인간으로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모든 것이 정치적 판단, 경제적 이윤에 부합하는 판단 아닌가. 어느 순간 그 판단을 왜 해야 하는지는 갑자기 막막할 때가 있다. 결국 인간을 위함이고, 서로 같이 잘 살기 위함이다. 인간적인 한경재로 쫓아오게끔 만드는 신이 된 것 같다."
-'강철비' 엄철우와 '강철비2' 한경재, 어떤 캐릭터가 더 어려웠나. "단연 한경재가 더 어려웠다. 뭔가를 한다는 것, 표현할 수 있다는건 그게 이뤄지든 안 이뤄지든 '내가 했다~'라는 만족감은 있다. 하지만 하지 않고 참아야 하는 것, 인내라는 것은 지켜볼 땐 지루하다. 그럼 그 입장에 놓인 사람은 얼마나 답답하겠나. 그런 심정을 촬영내내 느꼈다."
-한북미 정상이 처음 회담을 갖는 장면은 긴장감이 흘러 넘쳤다. "처음 그 회담 장면을 찍을 때 불현듯 '와~ 대한민국 지도자라는 것이 진짜 극한직업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어떻게 인내하지? 우리는 대체 어떻게 돌파해야 하는거지?' 싶더라. 그렇다고 대통령 입장에서 '아 좀 그만 좀 해! 이렇게 생각해 봐!' 그 한 마디를 할 수가 없다. 이야기 다 듣고, 또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말 외로웠다."
-오로지 표정과 감정으로 모든 무력감을 표현해야 했다. "감정을 표현하는 지점들도 어려웠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진짜 안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정확하게 이 사람의 심리적인 답답함과 괴로움이 비춰져야 했다. 침묵 안에서의 외침이라 해야 할까? 우리에 대한 연민의 마음과 조금 더 긍정적인 미래와 출발, 그 신호를 잡아야 한다는 절박함한 마음으로 연기했다."
-'좁은 공간'이라는 배경적 설정은 어땠나. "공간적 제약이나, 각 캐릭터들의 성격적 충돌이 한경재의 입장에서의 답답함을 표현하는덴 장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상황 자체가 매몰된 것 아닌가. 그야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것을 이용해 이 인물을 더 세밀하게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로 인해 관객들에게도 내가 느끼는 답답함이 느껴진다면 오히려 성공적인 신이 될 것 같았다. 실제로 도움이 됐다."
-유머 노림수도 적재적소에서 통했다. "감독님이 '강철비' 때부터 '정배우는 코미디 하면 잘 할 것이다'는 말을 했다. 이걸 맡기기 위한 포섭이었을 수도 있지만.(웃음) 잘보면 항상 어려운 이야기 끝이 유머로 끝난다. 어려움의 연속성에서 잠깐 잠깐 숨 쉴 수 있는 전략적 타이밍을 노렸던 것은 맞다."
-앵거스 맥페이든의 현실감 넘치는 연기는 어땠나. "좋은 영향과 나쁜 영향을 한꺼번에 받았다. '어떻게 진짜 방귀를 뀌지?' 신기했고, '저것도 능력이다' 생각했다.(웃음) 분명한건 앵거스가 그렇게 연기를 함으로써 벽이 허물어진다는 느낌은 받았다. 캐릭터 분석과 연기하는 스타일도 꽤 달라 좋은 경험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