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개봉해 5일 만에 2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홍원찬 감독)'에는 충무로를 대표하는 두 아저씨가 있다. 황정민과 정우성, 카리스마와 연기력으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두 배우는 지천명 남자 배우의 성숙한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덕분에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올여름 개봉작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누적 관객 수를 쌓아가면서 코로나19 이후 극장가 일일 최다 관객 수를 동원하는 기록을 세웠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마지막 청부살인 미션 때문에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인남(황정민)과 그를 쫓는 무자비한 추격자 레이(이정재)의 처절한 추격과 사투를 그린다. 황정민과 이정재가 '신세계' 이후 7년 만에 재회해 큰 화제를 모았다. '신세계'에서 남자들의 의리를 과시한 이들은 이번엔 살리기 위해 쫓기고 죽이기 위해 쫓는다. '신세계' 콤비가 펼쳐 보이는 새로운 누아르로 호평받으며 흥행세에 힘을 받고 있다. 특히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다소 뻔한 흐름에 별다른 서사 없이 스타일과 액션에만 집중하는 작품. 이야기가 채우지 못한 빈틈을 메꾸는 것이 배우들의 열연. 전사가 부족해 허전한 캐릭터를 황정민과 이정재의 매력으로 채워 관객을 설득한다.
황정민의 인남은 겉으로 보기엔 뜨겁지만, 한없이 차갑기도 하다. 비정한 현실에 쫓기고 지쳐 언제나 세상에는 별 관심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미션을 수행할 때는 민첩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부성애라는 예상치 못한 감정과 맞닥뜨렸을 땐 더욱 활활 불타오른다. 관객들은 이토록 복합적인 인남의 섹시한 매력에 주목한다. 흐트러진 슈트와 깔끔한 액션, 눈빛에 모든 게 담긴 듯한 열연은 남녀노소를 반하게 만든다. 친근한 캐릭터를 자주 선보여온 황정민이기에 어떤 관객들은 '황정민이 섹시해 보여 당황스럽다'고 토로하기도. 주로 10대와 20대 여성이 이용하는 온라인 게시판 곳곳에서 '황정민(의 매력)에게 스며들었다'는 팬들이 여럿 등장하고 있다.
이정재의 레이는 인남과는 다른 섹시한 매력을 자랑한다. 인남과는 달리 겉은 뜨거운데 속은 차갑다. 기존에 봐왔던 킬러와도 차별화에 성공했다. 화려한 문양의 의상과 문신, 액세서리까지 아이돌 그룹을 방불케 하는 겉모습과는 달리 인간다운 감정은 거세된 인간처럼 오로지 복수와 피만을 부르짖는다. 인남과 레이가 다르듯, 이정재는 황정민과는 또 다른 섹시한 매력으로 사랑받고 있다. 스타일리시하고 화려한 스타일 덕분에 '중년이 된 지드래곤'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출연작마다 인상적인 캐릭터로 존재감을 남겨온 이정재는 이번에도 레이라는 강렬한 캐릭터를 관객의 뇌리에 깊이 남겼다.
황정민은 1970년생, 한국 나이로 51세다. 이정재는 1972년생, 한국 나이로 49세다. 지천명에 가까운 두 배우는 세월이 지날수록 더 성숙한 중년 남성의 매력을 뽐낸다. 인상적인 캐릭터에 스타일은 남기고 군더더기는 없는 액션으로 진한 누아르의 맛을 살린다. 2% 부족한 듯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빈틈을 채워 온전하게 만들어낸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메가폰을 잡은 홍원찬 감독은 "황정민과 이정재는 전혀 그 나잇대로 안 보인다. 이분들이 그 연배라는 생각이 잘 안 든다. 같이 있으면 나보다 젊어 보인다"면서 "워낙 기본적으로 운동을 하는 배우들이다. 프로페셔널하게 몸을 관리하고 만들어내더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