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라모스가 지난 18일 KIA전 9회말 솔로 홈런을 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로베르토 라모스(26)가 LG 외국인 타자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쓴다. LG 구단 사상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기록될 전망이다.
라모스는 20일까지 홈런 26개를 기록하고 있다. 앞으로 홈런 1개만 추가하면 LG 외국인 타자 최다 홈런의 주인공이 된다. 지난 2000년 찰스 스미스가 35홈런을 기록한 바가 있다. 그러나 삼성에서 20홈런을 때려낸 뒤 8월 LG로 옮겨 15홈런을 추가한 것이었다. 한 시즌 LG 유니폼을 입고 최다 홈런은 2008년 로베르토 페타지니, 2016년 루이스 히메네스가 때린 26개다. 라모스는 20일 고척 키움전 8회 5-4로 앞서는 시즌 26호 솔로 홈런으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LG 외국인 타자 최초로 30홈런을 때려낼 것이 유력하다.
LG를 제외한 모든 팀들이 30홈런 외국인 타자를 배출했다. LG가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을 사용한 영향도 있지만, 외국인 타자 스카우트에서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었던 탓이다. 잭 한나한과 제임스 로니 등 메이저리그에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 선수도 LG 유니폼을 입으면 크게 다치거나 부진했다.
라모스는 LG가 오랫동안 원했던 유형의 선수다. 장타력이 약하고, 붙박이 1루수가 없었던 LG에 꼭 맞는 타자다.
LG는 지난 1월 말 라모스와 계약했다. 올 시즌 10개 구단 총 30명의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마지막에 계약한 선수가 라모스였다. 계약 총액도 50만 달러(6억원, 인센티브 15만 달러 포함)로 높지 않았다. 경력과 몸값이 눈에 띄지 않은 선수가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류중일 LG 감독은 5월 5일 개막을 앞두고 "라모스가 30홈런을 때렸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현재 페이스라면 더 기대할 만하다.
라모스는 시즌 초부터 강렬했다. 6월 11일까지 32경기에서 타율 4위(0.375), 홈런 1위(13개), 장타율 2위(0.777)였다. 그러나 허리 부상 후 페이스가 크게 꺾였다. 6월 18일 부상자 명단에서 돌아온 뒤 두 달 동안 타율이 0.230으로 뚝 떨어졌다. 이 기간에도 홈런 10개를 때려냈지만, 이전 같은 위압감은 없었다. 그는 결국 지난 7월 28일 시즌 처음으로 4번 타순에서 내려와 6번으로 옮겼다. 지난 11일 KIA전에서는 4타석 모두 삼진을 당했다.
류중일 감독은 "선구안이 나빠졌다. 라모스는 어퍼 스윙의 유형이다. 스트라이크존에서 1~2개 낮은 공을 퍼 올려 홈런으로 연결했다. 시즌 초반에는 높은 공에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라며 아쉬워했다.
라모스는 조금씩 위용을 되찾고 있다. 13일 KIA전부터 20일 KIA전까지 7경기에서 홈런 5개를 몰아쳤다. 최근 3경기 연속 홈런. 20일까지 타율 0.293에 26홈런 57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장타율은 0.593.
극단적인 어퍼 스윙은 라모스는 괴력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다. 비거리 측정이 정확한 트랙맨 시스템에 따르면 19일까지 라모스 홈런의 평균 비거리는 124m(홈런 24개 기준, 광주-기아챔피언스 미설치로 1홈런 제외)로 상당하다.
홈런의 영양가도 아주 높다. 18일 KIA전 3-5로 뒤진 9회 선두타자 홈런으로 6-5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14일 NC전에선 5회 4-3으로 역전하는 투런 홈런을, 4-2로 승리한 14일 KIA전에서는 3-0으로 달아나는 솔로 홈런을 쳤다. 5월 25일 KT전 9회 말 끝내기 만루 홈런 등 결정적인 상황에서 결승·역전·동점 홈런을 터뜨렸다.
라모스의 맹활약은 LG의 상승세와 궤를 같이한다. 라모스가 펄펄 난 시즌 초반 LG는 2위를 달렸다. 라모스가 부진에 빠지자 5위까지 떨어졌다. 라모스가 페이스를 다시 끌어올리면서 지난 12일부터 19일 KIA전까지 7연승 상승세를 타고 있다. LG는 단숨에 선두 경쟁에 합류했다.
라모스는 KT 멜 로하스 주니어(29개)에게 내준 홈런 선두 자리를 다시 찾고 싶어 한다. 1위 로하스와 2위 라모스의 격차는 어느새 3개로 줄었다.